남편도 없고 교회 내 설자리도 없어
상당수 사모 우울증 경험, 관심·내적치유로 평안 찾아야

난 남편 목사를 ‘내 남자’가 아니라 ‘우리 목사님’으로 내어준 지 오래다. 그 사이 싸우기도 많이 하고 실망도 해봤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성도들은 돌봐야 할 ‘양’이지만 난 더 이상 여자도 아니고 그저 조용히 따라가야만 하는 ‘사모’ 라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점차 부부사이의 갈등은 깊어만 지고 있다.(충남 작은교회 사모)

#  부부사이도 원만하고, 교회도 수백명 출석하는 작지않은 규모로 생활도 안정적인데 유독 아이들 교육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왜 목사네 애들이 공부를 못해’, ‘자기 자식이나 잘 키우지’라는 수근거림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모든 것은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 움츠러들게 된다.(서울 어느 교회 사모)

 

▲ 일러스트=서재형
목사가정을 이끌기 위한 ‘사모’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근 국민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사모 90명중 60명(66.7%)이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모들은 우울증 또는 스트레스 요소로 ‘경제적 어려움’(46.7%)에 이어 ‘남편’(40.0%)이라고 응답했다.

설령 자신의 고민을 남편에게 털어놓으려 해도 쉽지 않은 일. 사모들은 남편은 고사하고, 성도들은 물론 다른 사모들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할 사연들로 상처투성이가 된다.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는 “상담 전화를 받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흐느끼기부터 하는 사모들이 많다”며 “주로 남편과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때문에 아파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송 목사는 또 “한국 목회자 가정은 잠재적 위험 상황에 놓여 있다”며 “사실, 목회자 부부는 가정생활을 양보ㆍ희생해가면서까지 목회를 우선하고, 가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모의 경우에는 ‘목회자를 목회하는 사모’ 유형에서 갈등이 많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남편 목회자의 부족함을 어떻게 하든지 도와서 남편을 초인으로 만들려고 하다가 낙심하면서 ‘의심하는 사모’의 모습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모’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의심하는 사모’가 되는 것은, 남편의 모든 목회에 관여하길 원하고,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가운데 생기는 불안감이 의심으로 발전해 급기야는 의심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목회자를 목회하는 사모’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모’가 되는 것은 남편의 목회적 성취나 교인들의 반응에 민감하며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모들에게 어떤 위로와 격려가 가장 좋을까? 주서택 목사(내적치유사역연구원)는 남편의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내가 스트레스 받는다고 말하면 바쁜 중에도 훌쩍 교외로 가서 차를 한잔하며 ‘여보 사랑해’라는 말을 해 주는 목사. 사모들은 그런 남편의 사랑의 언어에 목마른 여성이라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모들도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십’ 때문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옷을 잘 입고 교회에 가면 ‘사치스럽다’고 수군대고, 옷을 못 입으면 ‘감각이 없다’고 쑥덕댄다. 남편을 도와 열심히 사역하면 ‘목사보다 더 설친다’는 말이 나오고, 가만히 있으면 ‘사모가 뭐하고 있냐’고 비난한다. 예배당 앞에 앉으면 너무 나선다고 빈정대고, 뒤에 앉으면 성도들을 감시한다고 투덜댄다.

이런 사모들의 현실은 “도무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는게 사모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배태성 사모(생명교회)는 열심히 해도 또 너무 열심히 한다고 말을 듣는 자리가 사모라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인지 사람이 기뻐하는 일인지 지혜롭게 해야 한다"고 전하면서 “어려움 속에 사모들의 마음이 병들기 쉽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남편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모들과는 반대로 교회에서 너무 할 일이 많아 힘들어하는 사모들도 있다. 대부분 소형교회가 그렇다. 사모들의 역할은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가정 주부는 물론 교역자, 목회자 비서, 기사, 교회사찰, 주방장 등 모든 역할을 감내해야 한다.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는 “고생은 죽도록 하면서도 위로와 격려를 받지 못하는 게 사모의 자리”라며 “사모들의 마음에 분노가 자리한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모들이 더이상 슬퍼하지 않고 치유함과 평안을 찾도록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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