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물을 보다 더 잘 알기 위해서 우선 첫 번째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사전을 찾아서 그것의 정의를 살펴보는 일이다. 만일 이 방법을 따라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이해하기 위해서 사전을 찾아 그 의미를 묻는다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리가 경험하는 현재를 조금만 세심하게 살펴보면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방법은 하나님의 본성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전능이란 개념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일에나 못함이 없이 능함"이거나, 혹은 “하나님의 적극적 성품의 하나"라고 나와 있다. 이 정의대로라면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못하시는 것이 없이 모든 일을 능하게 실행해 내시는 분이란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다시 되 물어야 할 것이 있다. 혹시, 이렇게 정의된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겨우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경험들의 한계와 연관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시간을 바꿔 살수도 없고 무엇을 우리 마음대로 바꾸지도 못하는 반면 하나님은 그런 자유를 가진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실로 하나님의 현존(아브라함의 경험 등)을 체험한 사람이라면 이런 정도의 논의에서 무엇이라고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할지라도, 뭔가 부족한 것, 무엇인가가 빠져있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즉, 거기에는 선의 직관적 의미가 빠져 있다.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는 것은 하나님이 절대적으로 선하시다는 체험의 연장인 것이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사전을 찾는 방식으로는, 고정되어 있는 개념의 의미를 따라 논리적인 추론을 하는 방식으로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전혀 알 수 없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진 전지전능(全知全能)(인터넷의 daum.net이나 naver.com 등에서 ‘전지전능'을 한번 쳐 보세요)의 논리적 성격에 대한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사이의 열띤 토론도 사실 이러한 사정, 즉, 하나님의 선을 실존적으로 체험하도록 하는 소중한 계기, 하나님의 인격성이 우리의 하나님 인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체험을 고려했더라면 보다 더 생산적인 논쟁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전능하심이 본래 하나님의 선의 계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할 특성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나님이 행하시는 활동들이 선을 위한 모든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로 이 행동들을 단지 하나님의 전능하심의 결과라고 보는 것은 하나님의 행동과 그 연관관계들을 무생물의 기계적 산술관계로 치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다운 관점에서,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인간의 궁극적 한계를 넘어서 다가오시는 선하신 하나님의 존재를 의미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님의 전지전능은 인간이 가진 범주로는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선의 현실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하나님 자신을 의미한다. 이 전지전능은 하나님의 속성이며 그의 존재양태이다. 하나님은 우리와 전혀 다른 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표상이나 우리의 개념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너머의 여백을 가지신 절대적으로 선한 분이심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먼저 우리는 겸손하게 우리의 한계를 명백하게 의식하면서 그의 창조적 선함을 기대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할 것인가? 세속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양태의 하나님을 상정할 그 어떤 이유도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고대시대에서 근대까지는 이 엄청난 자연을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를 전제하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설명해 보려고 노력하였다. 우주론적 논증이 바로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대에는 이런 논의가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현대에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의 과학적 성취가 전능해 보인다. 과학적 설명방식이 우리들이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말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지워버린 것이다. 또 하나,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실존적 질문으로서 모든 인간이 짊어진 생존의 고통과 악의 문제들은 하나님이 악한 분이거나 무기력한 분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하나님의 선함과 그의 전능하심을 부정하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성서는 세속사의 풍파와 도전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께서 선하시고 전능하신 분이라고 증거하고 있는가? 성서는 예정으로서 하나님 자신의 본래 결정이 바로 그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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