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신성하다. 참된 일은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성하다. 일은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만물을 창조하시는 사건에서 처음 나타났고, 창조의 마지막 날에 인간을 창조하시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일의 사명을 주셨다. 즉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창1:28) 따라서 일(VOCATION)은 그 자체가 신성한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의 과정에는 또 하나의 신비가 있다. 그것은 6일 간의 만물을 창조하신 후, 제7일에 안식하셨다는 사실이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힘들어 안식하셨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는 우리 인간에게 주시는 교훈이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과 휴식은 창조의 원리인 것이다.
음악에는 반드시 쉼표가 있다. 우리의 귀에 들려오는 것은 멜로디지만, 멜로디 사이마다 쉼표가 적당하게 끼어 있어 음악을 아름답게나 리드미칼하게 하며, 동시에 계속하게 한다. 악보의 사이마다 끼어 있는 이 쉼표를 무시한다면 결코 좋은 음악이 연주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쉼표도 음악의 일부이고, 아름다운 노래인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삶도 하나의 음악이고 노래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삶에는 반드시 적절한 쉼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적절한 쉼표를 통해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되고 완성되듯이 우리의 삶은 적절한 쉼을 통해 더욱 값지고 풍성해 질 수 있다. 여기에 여름휴가의 진정한 의미와 목적이 있다.
성도들의 휴식도 물론이지만, 특히 목회자의 휴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동안 성역에 매진하느라 지치고 찌든 몸과 마음을 쉼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도모할 뿐 아니라, 힘과 기(氣)를 저축하여 영과 육을 아울러 강건하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된다.
특히 7월부터 시작된 각급 교회학교의 여름성경학교를 비롯하여 중고등부와 청년회, 그리고 장년들의 수련회 등을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긴장 할대로 긴장된 몸과 마음이 8월 초순에 이르러서야 예정된 여름의 프로그램이 모두 마치게 되면, 잔치가 끝난 뒤에 흔히 찾아오는 안도감과 허탈감을 동시에 맛보게 된다. 이때가 목회자의 위기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휴식과 함께 휴가를 떠나야 한다.
목회자의 여름휴가는 먼저 그리스도의 초청에 응답하는 자세로 시작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 삶에 지친 모든 인류를 부르시는 그리스도의 초청에 목회자들도 응답해야 한다. 따라서 목회자의 휴가는 성서가 말해주는 엘리야 선지자의 모범적인 휴식을 본받아야 한다.
갈멜산에서 바알선지자 450명과의 영적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그를 죽이려는 이세벨 왕후를 피해 하루종일 광야 길을 걸어 로뎀나무 밑에 누어 지쳐 있을 때 하나님께서 세가지 방법으로 위로하셨다. 즉 그를 깊이 잠들게 하시고, 떡과 물을 먹게 하셨으며, 나중에는 세미한 음성으로 새로운 사명을 주셨다. 즉 깊은 잠, 잘 먹는 일, 주님의 음성을 듣는 일이다.
온전한 휴식은 영육 간의 회복을 가져오고, 온전한 회복은 목회자를 창조의 영성으로 인도한다. 이제 전반기의 사역을 마치고, 후반기의 사역과 함께 새해의 목회계획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기도와 명상을 통한 주님의 세미한 음성, 그리고 창의적인 독서를 통해 창조적인 미래를 맞는 복된 휴식을 갖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