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의 창시자인 루터는 자신의 힘으로 세계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매우 드문 인물 중의 하나다. 그는 조직가나 정치가로서가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요동치 않는 신뢰와 하나님과 직접적인 인격적 관계에서 확신 있는 구원을 가져다 주는 건전한 신앙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켰다.”(W. 워커·세계기독교회사) 프로테스탄트 교회사의 출발점인 루터의 위치는 워커의 칭송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 루터 자신의 자신에 대한 평가도 모든 신앙인들, 특히 목사들이 감탄해야할 만큼 당당하다. “사실 나는 … 모든 긍휼의 아버지 하나님께서 정죄된 불쌍하고 무가치한 가련한 죄인인 나에게 그의 사랑하는 아들의 복음을 맡겼고 나를 성실하고 충성스럽게 하여 지금까지 나를 그 안에 보존하시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를 통하여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셨으니….”(루터의 유서) 이쯤이면 그는 흠 잡으려도 잡을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 그러나 역사도 루터를 흠 없는 하나님의 사람으로만 평가할까란 질문 앞에서는 대답이 여러 갈래일 수밖에 없다. 그는 ‘유대인들과 그들의 거짓말에 관하여’를 저술하면서 극심한 반 유대주의와 유대인 탄압을 주장하여 오늘의 역사로 부터는 ‘히틀러의 아버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또한 당시의 농민들의 저항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진압할 것을 주장하므로 토마스 뮌쩌가 그를 떠나는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였다.

▨… 곧이 곧대로 믿어야할 것인지는 조금 아리송하지만 그는 술을 무척 좋아했다는 일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취는 일종의 페스트이다. 내일 나는 노아의 방주에 관한 강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오늘 저녁에 술을 실컷 먹어야 내일 전문가로서 이 나쁜 일에 대해 말할 수 있다”라고 자신의 음주벽을 합리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 루터는 종교개혁의 아버지이고 프로테스탄트 신앙의 옹립자이다. 그는 우리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의인이며 동시에 죄인’인 인간의 모습을 그에게서 지워버린다면 그가 진정한 종교개혁자인 하나님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인간적인 약점을 한사코 감추려고만 드는 이 시대의 목사들의 거룩함에 대한 이해의 비논리성을 루터는 도대체 무엇이라고 말할까. 또 우리 스스로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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