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유감표명·자성론 등 엇갈린 반응

▲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지난 4월 29일 기독교 인사 58명을 포함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최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지난 4월 29일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수록대상자 4776명의 명단’에 기독교 인사 58명이 수록된 것과 관련, 교계도 엇갈린 반응이 표출되고 있다.

본 교단을 비롯, 대개의 교단들이 과거사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는 가운데, 친일을 인정하고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종교인사는 기독교가 58명으로 가장 많고, 불교 54명, 유림 53명, 천도교 30명, 천주교 7명 순이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측은 기독교의 경우 △일제의 종교통제 방침에 협력, 교회변질을 주도하고 교리를 왜곡 △변질된 혁신교단, 통폐합된 일본기독교 조선교단 등 친일단체의 간부로 활동 △친일성향의 기독교계 신문잡지의 발행인 및 주필주간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선동하는 부일협력행위 자행 등을 선정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본 교단 친일인사로는 총리와 총회장을 역임한 이명직 목사와 박현명 목사 2명이 수록됐다. 이와 관련 본 교단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교단 대표로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함부로 단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와 민족을 배반한 적극적인 친일자는 단죄하되 자신이 속한 단체나 집단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언행까지 단죄의 칼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것.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최희범 목사도 “과거사 정리가 의미 없다는 건 아니지만 그 시대적 상황의 아픔을 생각하지 않고 편향된 시각으로 무조건적인 비판이나 정죄를 가하는 것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독교 친일명단에 대한 대응보다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권오성 목사는 이번 친일인명사전을 일단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단체에 의해 사전이 편찬된 것인 만큼 역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자료로써 교계가 과거사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감독)도 이번 친일인명사전 기독교 인사 수록을 반성의 기회로 삼자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아펜젤러 선교 120주년 기념대회’에서 친일행위에 대한 교단 차원의 죄책고백을 한 마당에 더 이상의 변명이나 반박은 자기모순에 빠지는 셈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총회에서 신사참배에 대한 교단 차원의 회개와 사과성명을 낸 기독교장로회(총회장 임명규 목사)도 이번 친일인사명단을 교계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장통합 사무총장 조성기 목사는 “친일인명사전에 기독교 인사가 수록됐다고 급하게 반응하기 보다는 이 문제를 놓고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해 교계의 분명한 원칙과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친일인명사전과 관련해 “기독교만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한국 사회의 역사적 과오를 정리하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친일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전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대주교 등 7명의 가톨릭 인사가 친일명단에 수록된 것과 관련해 4월 30일 성명을 통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일본이 전쟁 막바지, 국민총동원을 취지로 종교·문화 등 각 단체마다 총동원단체를 일방적으로 만들었고 각 단체장은 일본이 강압적으로 임명했다는 주장이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는 명단을 발표한 4월 29일부터 60일 간에 걸쳐 유족 또는 관련 기념사업회의 이의제기를 받으며 학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8월 ‘친일인명사전’ 인명편 3권을 출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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