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어느 경찰서에서 고문의혹 사건이 불거졌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6일,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모경찰서에서 조사받고 구치소로 옮겨진 마약·절도 피의자 32명을 대면조사한 결과 22명이 구타나 수갑 채워 팔 꺾어 올리기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해당 경찰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였다.

▨… 수갑 채워 팔 꺾어 올리기는 팔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워 팔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고문 전문가들은 날개 꺾기라고 부른다. 전기, 물, 고춧가루 고문, 거꾸로 매달기, 칠성판 태우기, 잠 안 재우기 등 일제의 유산 탓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문 기술은 결코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이 유신체제와 군부 독재 시대를 견뎌온 사람들의 증언이다.

▨… 고문은 끝없는 육체의 고통을 강요해서 사람을 질식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고통 때문에 정신 줄을 놓아버린다. 결국은 없던 일이 있었던 일이 되어버리고 인간과 정의를 입에 담던 사람이 배신자가 되고 밀고자가 되어버린다. 심한 고문은 마침내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마든다. 우수한(?) 고문 전문가들은 고문당하는 이들이 스스로 황폐해져 인격파탄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 고문은 인간이 만든 가장 악랄한 범죄 가운데 하나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보다 미군에 의한 이라크인들에 대한 고문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더 한층 들끓게 하였다. 이만큼 민주화가 이루어진 나라에서 구시대의 유물인 고문이 아직도 행해지고 있다는 보도가 사실일까. 고개를 흔들고 싶다.
무엇인가 잘못 알려진 것을 부풀려서 보도한 것이라고, 무엇이든 조금은 부풀리는 언론의 습성이 배어있는 보도라고 믿고 싶다.

▨…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고문은 우리 사회에서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 육체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만이 고문일까, 아니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인격을 모멸하고 파괴한다. 그야말로 질적으로 뛰어난(?) 고문이다.
그러면서도 사실 아니면 그냥 놓아두지, 왜 굳이 나서서 부정하지? 라고 말한다. 부총회장에 입후보했던 어느 분이 사퇴하면서 피를 토하듯 말했다. “나는 하나님 앞에 부끄러운 일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당한 고문은 얼마만큼이나 견뎌내기 어려웠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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