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만드실 때의 첫째 기록은 주로 형상론적 언어로 표상되어 있다. 창세기 1장 26~27에 보면 ‘우리의 형상(zelem)’과 ‘모습(demut)’대로 만들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주석학적으로 견해의 차이가 있지만, 대개 ‘모습(demut)’이란 개념은 ‘(우리가 일치해야 할 원상(原象)으로서) 하나님의 형상(zelem)이라는 본래적인 모습에 더 가까이 비슷해져서 결국 그 형상성과 일치한다’는 의미를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즉, 이 모습(혹은 모양, demut)이라는 단어는 인간이 다른 피조적 존재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것이며 이는 인간의 특별한 존재, 하나님과 갖는 존재론적 유사성에서 유래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창세기 2장에 보면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이 아다마(adamah, 흙, 또는 땅을 의미)에서 나온 아담(adam, 인간: 모든 인류, 즉 남녀노소를 포괄한 전체 인간)에게 생기(neshamah)를 불어넣어 생명체(nephesh)가 되게 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성서의 이런 기록들을 배경으로 해서 사람들은 자연히 인간 자신을 하나님과의 긴밀한 연속성의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대체로 이 연속성을 인간의 영혼에서 찾는 것이 일반화되었으며 그래서 인간을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보게 되었다. 물론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피조물들도 하나님의 생기로부터 파생되었고 일종의 감응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인정되었으나 인간의 영혼과는 다른 것으로 인정된 것이다. 근대 이후에 들어오면서 영혼과 더불어서 인간의 정신을 강조하게 되면서 인격, 혹은 주체라는 새로운 정신현상에 눈을 뜨게 되고 그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발전시켜 왔던 것이 사실이다.  

기독교 복음이 전파된 서양에서 대개 근대까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나님과 유사할 뿐 아니라 다른 피조물들에 대해서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차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그 증거를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첫째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간의 이성(logos)에 대한 확신이다. 인간의 지성과 그것에 의한 인간의 행동인 윤리적 특성이 바로 우리 중에 있는 하나님의 실재를 증거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가진 하나님 모상성(zelem)은 인간 본성이 신적 속성을 닮았다는 의미에서의 이성(logos)이라면, 인간이 특별히 갖추어야 할 모습, 모양(demut)은 이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하나님과 윤리적으로 동일시될 수 있어야 하는 것, 곧 윤리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게 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로 종교개혁자들과 최근의 몇몇 신학자들에게 등장하는 해석으로서 소위 관계론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의 형상을 원 인간 아담에게 주어진 원초적인 속성으로서 하나님의 본래적 의(iustitia originalis)로 보기 보다는 지금 우리가 하나님과 더불어 맺고 있는 실제적인 하나님과의 관계로 보고자 하는 견해이다. 즉 루터(M.Luther)는 타락이전의 아담과 하와의 상태가 신앙에 의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았고 이들은 이 신앙을 통하여 하나님을 믿음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런가 하면 현대 신학자인 바르트(K. Barth)는 하나님의 형상성을 인간이 하나님과 만나고 있는 그 만남의 현장으로 이해하였다. 우리가 나-너, 혹은 남-여로 만나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우리의 관계가 형성되고 비로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것처럼, 하나님이 우리와 지금 여기에서 신앙 안에서 만나주시는 그 관계적 차원에, 그 현실적이며 실재적인 관계에 하나님의 삼위일체적 실재가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해석방식은 모두 우리에게 유용하고 필요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함께 수용될 수 있다. 과제는 이를 통하여 우리가 만나는 인간의 현실과 그 본질을 제대로 밝혀내는 지에 있다. 이러한 현실의 과제를 생각할 때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론에 대한 현대과학의 도전을 다시 기술하지 않을 수 없다. 소위 유전자 공학을 통하여 형성된 유물론적 사고구조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는 인간의 형상에 대하여 할 말을 했다고 하지 못하는 형편인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에 우리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싸운 옛 영웅들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우리 앞에 놓인 과제, 유물론적 사고구조와의 치열한 전투를 다시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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