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로크 음악’, 특히 그 언어가 주는 뜻에 대하여 흥미를 갖고 있다. 음악에서 말하는 ‘바로크’라는 사전적 정의는 ‘다듬지 않은 진주’라는 뜻이다. ‘바로크’는 16세기 중반부터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사망한 1700년 직후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서구의 건축양식으로, 이는 풍요와 사치로 가득한 당시의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양식이 교회용 건축물을 부를 때 사용되었지만 요즘엔 가구에도 이러한 용어를 쓰기도 한다. 아름답기보다는 규모가 크고 색다르기 때문에 스페인 풍 바로크양식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바로크라는 용어는 유럽이 혹독한 종교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쓰였다. 건물과 그 장식물이 교회의 충성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는 도구로 이용되었던 것이다. 필리핀의 바로크 건축양식은 스페인과 멕시코에서 천주교 선교사들이 들어온 16세기 후반에 시작되었다. 꽃을 주제로 한 화려함, 장식 많은 기둥, 환상적인 배경 등 언뜻 보기에 유사점이 있지만 필리핀의 바로크 양식 건물들은 유럽의 궁정 양식과는 대조가 된다.
교회건축 양식에 관한 이야기를 떠나 음악적인 측면에서 이 말의 깊은 의미의 뉘앙스가 있다.
고전음악가라고 한다면 바흐,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말하지만 좀 더 세분화 하면 비발디를 포함해서 바흐, 헨델을 바로크시대의 음악가라고 한다. 바흐가 죽으므로 이 바로크음악(1600-1750) 시대는 끝이 났지만 시대적으로 르네상스 음악이 계속되는 것으로 고전파 음악시대 바로 전 시대를 말한다. 바로크 음악의 시작은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활동한 카메라타(Camerata)라는 문예인들의 새로운 음악 관념에서 비롯된다.
기독교에서도 교명을 “바로크교회”라고 쓴다면, 교파적 문제를 떠나 단순히 음악적으로 본다면 퍽, 재미있는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목사는 교향악단의 지휘자와 같다. 지휘자는 모든 악기군을 잘 이해하고 작곡자가 작곡한 곡을 잘 해석하여 연주하도록 사전에 충분히 연습을 하여야 한다. 마치 올바른 양육과 전도를 위해서 준비하는 기도와 나눔의 시간일 것이다. 교회에는 현악기, 목관악기, 관악기, 타악기와 같은 각각의 소리를 내는 악기군이 있다.
훌륭한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연습을 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곧 지휘자 즉, 목사의 몫이다. 바로크교회의 지휘자들은 음악형식과 흐름을 잘 이해하고 다듬지 않은 진주의 맛을 조화성 있게 만들어 가야 한다. 무게 있는 저음 즉, 낮은음의 잔잔한 흐름, 이는 교회에 오랜 신앙의 연륜과 같은 흐름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저음에 가락의 대비를 어떻게 구상하느냐? 이는 교회의 각 지체 즉, 교사, 찬양대, 봉사, 선교 등의 활용을 생각할 수 있기에 그 가락을 대비하여 그 위에 아주 적절한 화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바로 지휘자의 몫이다.
바로크의 일반 양식의 특징은 이와 같이 저음-가락의 대비-화성의 조화 3단으로 쓰이지만 대비라는 용어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성악에는 피아노로 반주하는 것이 통념이나 오르간으로 반주하는 음악적 반향이나, 짜임이 없는 다듬지 않은 진주와 같은 화성으로 가락을 투명하게도 하고 희석시키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교회가 다듬지 않은 진주라고 정의 한다면 그 진주의 가치는 성도들의 아름다운 구성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그러나 하나님 입장으로 본다면 다듬지 않은 비완제품을 하나님은 더 좋아 할 것으로 본다. 예수님께서 만난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을 보면 완전하고 온전한 사람보다 무언가 부족하고, 병들고, 나약한 사람을 택하여 크게 쓰셨다는 사실이다. 예수님 보시기에 다듬지 않은 진주를 택하여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광채가 나도록 다듬어 귀하게 쓰신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듬지 않은 진주와 같은 순수한 삶을 살길 소망해 본다. 이렇게 다듬지 않은 진주에게 “뭐 진주가 이 모양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주는 이미 그 진주의 가치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오케스트라의 화음과 멋진 지휘자의 비팅만이 오늘날 이 어려운 세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듬지 않은 진주같은 그대여! 소중함을 품고 있는 그대여! 이 세대가 그대를 실망시키더라도 나는 하나님이 창조한 소중한 존재라는 긍지를 갖고 사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