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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호> 중도의 표심
[755호] 2010년 05월 22일 (토) 00:00:00 이정희 장로(CBS보도국장) webmaster@kehcnews.co.kr

2010년은 우리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해입니다. 우리가 일본에 국권을 뺏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이고, 4.19 혁명도 50주년을 맞았습니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30주년 이었으며, 6.25 전쟁은 발발한 지 60주년을 맞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경술국치와 6.25는 외부 변수가 나라의 운명을 뒤흔든 사변이었고, 4.19와 5.18은 사회 발전을 위한 극심한 내부 성장통이었습니다. 외침(外侵)과 혁명으로 점철된 질곡의 근대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든 사건을 뒤돌아보고 미래의 교훈으로 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역사적 사건에 접근하는 자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데 있습니다. 야당과 진보세력은 혁명의 의미를 집중조명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여당과 보수진영은 4.19와 5.18보다는 나라가 잿더미가 된 6.25를 되돌아보면서 북한의 위협과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지난주에 있었던 5.18 30주년 행사는 정부 기념식과 민간단체의 행사가 나뉘어져 치르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느냐 마느냐하는 매우 사소한 것이었지만 그 저변에는 역사와 오늘날 정치 사회적 현실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이가 있습니다. 정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 천안함 사건입니다. 정부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의 소행으로 보고 이에 대한 응징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 세력은 북한의 범행으로 몰아가는 정부 태도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중국의 입장 차이까지 맞물리면서 천안함 사태는 국내외적으로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들고 있습니다.

분열과 갈등과 반목이 요란한 파열음을 만들어내는 와중에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본래 지방선거는 지역사회의 일꾼을 뽑는 수단이지만 생활정치에 필요한 구호와 공약은 없고 중앙정치에 대한 갑론을박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파가 승리하든 선거 후에도 갈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정치가 상호간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다툼을 주도하고 심화시키는 중심에 있으니 분열과 증오, 혼란과 대립이 춤을 추는 최악의 사회로 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홍수가 날 때 정작 먹을 물은 없다는 옛말처럼 정치과잉 속에 정치부재라는 지독한 부조화 속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흔히 한국 사회는 보수 30%, 진보 30%, 중도 40%로 고착화 돼 있다고 분석합니다. 진보와 보수층은 전혀 변하지 않고 중도 40%가 권력을 선택해 왔다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이번 지방선거도 40%의 중도 층이 승패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회가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중도로 분류되는 유권자들이 분명하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들이 적극적인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민심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한국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세상의 어떤 정치적 주장도 민심을 얻지 않으면 생명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40%가 나서서 ‘옳지 않음’에 대해 냉정히 심판하고 ‘옳음’을 분명하게 지지한다면 혼란은 진정되고 건설적인 협력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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