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를 받았던 베이컨(F.Bacon, 1561-1626)은 학문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활동에서도 승승장구 하였다. 그러나 나는 새도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수뢰죄에 걸려 엄청난 벌금을 물고 런던탑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보통사람이면 기가 꺾일 만도 했지만 그의 기세는 오히려 더 치솟아 명언을 남겼다. “무언가를 정직하게 추구하다가 죽는 사람은 피가 튀길 만큼 다쳤어도 전혀 아픈 것을 느끼지 않는 사람과 같다.”

▨… 명언은 남겼지만 그의 생명은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1626년 봄 눈이 쏟아지는 것을 본 베이컨은 소금에 절여 고기를 보관하듯이 눈을 얼려서 고기를 보관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다가 즉각 실험에 들어갔다. 암탉을 잡아 그 닭의 몸에 눈을 채워넣던 베이컨은 감기증세를 나타냈고 결국 폐렴으로 숨을 거두었다. 절차적으로 학문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순간에 찾아온 죽음은 피하지 못했다.

▨… 베이컨은 왕권과 의회가 대립할 때 언제나 왕권 편에 섰었다. 그는 요즘 말로 해바라기 정치인이었던 셈이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정치판을 떠난 이후에 베이컨의 진가가 학문의 발전으로 드러나면서 정치인으로서의 베이컨의 이름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그의 사상의 깊이와 넓이가 그의 삶의 허물을 씻어주었던 것이다.

▨… 인간이 4개의 우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그의 진단은 오늘의 시대에 있어서도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유추하는 것은 인류라는 우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는 그의 진단은 등골이 서늘해지지만 되씹어보아야만 한다. 만약에 베이컨이 정치가로서의 명성에만 연연했다면 우리는 우리 삶의 훌륭한 스승을 한 사람 잃었을지도 모른다.

▨… 문자 메시지들이 계속 날아든다. 대부분이 총무 입후보자로 예상되는 사람으로부터라는 것이다. 입맛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성결인들이 그의 삶에, 목회에 존경을 보낼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분들이 이전투구의 싸움판에 뛰어드는 모습이라니… 십자가는 교단 총무직이나 총회장직 뿐인가. 총회장은 일년 임기니 그렇다치고 총무만은 제대로 뽑아야 한다는 소리가 한숨처럼 들리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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