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가 무너져내릴 즈음의 루머를 삼국유사는 이렇게 전한다. 한 귀신이 궁중에 들어와 “백제는 망한다”라고 부르짖고는 땅 속으로 꺼졌다. 왕이 괴이히 여겨 땅을 파보게 했더니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등에 글이 씌어 있었다. “백제는 보름달이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 점쟁이에게 그 뜻을 물으니 보름달은 기우는 것이고 초승달은 점차 차게 되는 것이라 대답하여 왕이 그를 죽여버렸다.

▨… 천안함 침몰 후 46명의 생사가 아직 확인조차 되지않고 있음에도 루머는 기승을 부렸었다. “천안함은 폭발과 함께 두 동강이 난 것이 아니라 5Km 쯤 흘러가서 두 동강이 났다.” “한미 해군이 합동훈련 중이었는데 작전 중 발생한 오폭으로 침몰했다.” “속초함이 천안함을 오폭했다.” “실종자 중의 한명이 가라앉은 배에서 휴대폰으로 전화했다.” “함선수리 중 실수로 폭뢰가 바다에 떨어져 폭발했다.” 46장병들의 가족은 차라리 귀를 막아야 했다.

▨… 루머는 소문인지, 유언비어인지, 괴담인지 그 정의를 내리기조차 알쏭달쏭하다. 그러나 그 파괴력 만큼은 일반적으로 막연하게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박살낸 광우병 파동은 어느 텔레비전 방송의 보도가 원인이었다고는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인터넷을 통해서 퍼진 루머에 있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입으로 번진 루머가 우리사회를 송두리째 삼켜버렸던 것이다.

▨… 루머는 진실이라고 입증되지 않는 사실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캐스 선스타인은 정의 내렸다. 루머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겨가면서 신뢰를 얻는데 사실임을 뒷받침해 주는 직접적인 증거가 제시되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이라고 믿는 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캐스 선스타인·루머) 그에 의하면 루머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기존의 믿음에 부합됨으로써 힘을 얻는다.

▨… “교단이 두 조각날 것이다.” “교단지도부가 식물화할 것이다.” “평신도 대의원들이 총회 참석을 거부할 지도 모른다.” “누구는 교단에서 파직될 것이다.” 루머가 루머를 낳고 있다. 루머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거나 이익을 챙기려는, 또 분노나 적개심을 정의로 위장하는 능수능란에 두 손을 놓고 있는 교단 지도부나 그런 루머들에 기웃거리는 우리 자신이나 한심하기는 도토리 키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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