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모임 후에 몇몇 목사들이 자리를 따로 가졌다. 젊은 목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총회 대의원도 몇 사람 있었다. “정책 발표회에 참석하면 여비는 지급되나요?” 젊은 목사가 물었다. “후보에게 선거공영화 명목으로 입후보비를 받았으니 쥐꼬리만큼은 지급되지.” 대의원인 선배목사가 대답했다. “목사 부총회장은 무투표 당선이고 장로부총회장은 총회장 보좌역이고 총무는 총회장 수행원인데 무슨 정책발표회를 합니까?” 젊은 목사가 비아냥댔다.

▨… 그에 의하면 무슨 대통령 선거라고 정책발표회냐는 것이다. 총회장은 총회에서 수임하는 일만 집행하면 되고 부총회장은 총회장을 보필하면 되고 총무는 행정실무 책임자로 그치는데 그 자리에서 맡겨진 일만 감당하면 될 사람들이 어떻게 정책을 스스로 입안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구색이나 갖추자고 내건 간판같은 정책발표회라는 억지장단에 춤추어야할 후보들의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다는 것이다.

▨… “일리는 있네. 작년 정책발표회 때 참석했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대를 이어 교단에 충성하겠다는 어느 후보자의 약속뿐이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 잘 못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하고.” 나이로 좌장인 목사가 조금 처연해진 표정으로 토를 달았다. 젊은 목사들은 정책 발표회를 말 잘하기 경연대회 쯤으로 몰아붙이면서 그런 일로 쓰이는 경비를 개척교회 후원비로 쓸 수 없느냐고 물었다.

▨… 다 같은 목사이고 다 같은 장로인데, 하나님이 택하시고 하나님께서 일 시키실 분들인데 누가 당선된들 차이가 있겠느냐고. 그렇다면 제비뽑기 보다는 개척교회 후원금을 가장 많이 내는 분을 당선자로 선포하도록 교단헌법을 개정할 수는 없겠느냐고 젊은 목사가 키들키들대며 말을 이었다. 표정은 조롱조였지만 3000교회가 구호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개척교회의 아픔을 교단이 끌어안아야 하지 않느냐는 서릿발이 감추어져 있었다.

▨… “개척교회를 걱정하는 마음은 알지만 맘모니즘에 빠지지는 말게. 젊은 목사들까지 맘모니즘에 젖는다면 교단의 내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 사람은 자기를 자기 스스로 모욕한 후에야 남이 모욕하는 법이라 하였네. 목사들이 먼저 하나님을 모욕했기 때문에 세상이 하나님을 모욕하는 현실에서 자네라고 자유로울 수 없네.” 뒤틀려 있는 젊은 목사를 꾸짖으려는 나이든 목사의 말에는 그러나 전혀 힘이 실려있지 않았었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