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침몰로 인하여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실종된 이들을 찾으려고 애쓰다 생명을 잃은 고 한주호 준위의 유족들에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픈 마음을 보내며, 하나님의 위로를 전하고 싶다. 아울러 책임 있는 당국자들의 고민과 고충을 이해하며, 국익과 안보를 위하여 어려운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지혜가 있기를 바란다.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 모두는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이 국가를 위한 것인지, 어떠한 행동이 국가를 위한 것인지 깊이 생각하고 무책임한 언동이나, 경솔한 처신이 없기를 소망한다.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포장된 자기주장이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리하여 슬픈 사람을 더 슬프게 하거나, 이념이나 사상에 대한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언행이 없기를 소망한다.

국민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이를 위하여 매스컴은 존재한다. 그러나 알아야 할 시기와 알아야 할 내용에 대하여서는 정확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정도언론 일수록 상황에 대한 냉철한 태도가 필요하다. 수면위에서 판명되지 않은 상황이나 사건에 대하여 가상적인 추론을 하며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군인의 사기와 지휘관의 명예와 위신을 떨어뜨리는 일들이 없으면 좋겠다.

국민의 궁금함을 호기심으로 오판하여 추측성 보도를 하는 언론은 없겠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을 대하는 언론은 보도의 균형을 잃은 것 같다. 물론, 정확한 보도를 위하여 상황에 대한 면밀한 관찰력과 사건의 해석에 대한 명확함이 있어야 하지만, 구조는 당국에 맡기고, 선체를 들어 올린 후 수면에 드러난 것에 대한 결과를 보도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아울러 남북의 문제는 당사자의 문제일 수 있으나 국제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하여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필수인 것이다.

국회가 할 일이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의 할 일이 무엇인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대변하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방법에는 좀 더 사려 깊은 언사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사건 후 긴급히 소집한 국회의 회의 기능은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한 일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자문자답하기를 바란다. 관계자의 해임이 능사인가? 질책과 호통이 문제를 해결하던가? 좀 더 관찰하고, 연구하고, 추이를 지켜보고, 침묵하고, 천안함이 인양된 후 현장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사건의 과정과 결과와 미래에 대한 대응책을 추궁하고, 질의하고, 제시하여도 되지 않았을까? 국회가 한일이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이 한 일이 무엇인가?

필자는 일전에 부산의 사격장 화재사건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생명을 잃었을 때, 일본인들의 유족들이 사건현장을 방문하고, 당국으로부터 브리핑을 받고, 유해를 품에 안고 일본으로 돌아가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또 이스라엘 군인들이 폭탄테러를 당하여 생명을 잃었을 때 예루살렘에서 사망한 군인의 유족들이 취한 언행과 행동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신속하게 취하는 조치도 보았다. 9.11 테러를 당한 후,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준 미국 사람들의 언행과 그들의 사회가 대응하는 방법도 매스컴을 접하였고, 이후 현장에도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종전국가가 아니다. 휴전국가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왜, 우리끼리 싸우는가? 대안이 없는 언쟁, 추궁과 질책만이 있는 회의는 국민들을 실망시킬 뿐이다. 슬픈 마음과 억울함과 분함이 유족들은 물론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지만 신중하자. 차분히 생각하자. 그리고 정부와 군 당국이 정확하고 명확한 판단을 내린 후 발표하는 것을 믿어주자. 국민이 자기조국을 믿지 못하고, 자기조국을 지키는 군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미래의 국가는 어떻게 될까? 믿지 못할 근거, 의심할 만한 사유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필자는 국민이라면 조국을 위하여 그럴만한 이유도 있으리라는 관대함을 국민들이 보여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어본다. 좀 더 언급하자면, 세상 어디에나 안위와 안보를 위하여 기밀이 있는 것을 인정한다면 정보에 대한 공개를 지나치게 요구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의 모든 사건에는 모든 사람들이 명명백백히 알아야 할 일도 있지만, 모르고 믿어주어야 할 일들도 있고, 가려두어야 할 일도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다 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필요할 때도 있다.

이스라엘의 마사다를 갔을 때 보았던 ‘Never Again!'(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아라!)는 문구의 배경과 교훈을 다시 생각하여 본다. 우리끼리 말이든, 행동이든 싸우지 말자. 내부의 분열과 다툼은 보이지 않는 적들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차분하고, 진지하게, 분명하고, 명확하게 이유와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단계를 집행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에 국민 모두 하나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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