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침몰한 천안함만큼이나 대한민국이 이 사건 속으로 깊이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군 수뇌부는 다음 천안함에 탑승할 미래의 수병들과 그 가족들이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사순절을 맞아 전국 교회가 경건하게 기도하며 주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은혜를 구하던 지난달 26일 금요일 밤, 심야 기도회를 마친 성도들은 믿기지 않는 긴급뉴스를 접했다. ‘1200t급 해군 초계함 침몰’이라는 자막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충격적인 뉴스였다.

그로부터 거의 2주가량 지난 지금까지 ‘침몰한 초계함’만큼이나 답답한 정부와 국방부, 해군 수뇌부의 대응 모습은 대다수의 국민들을 실망하게 만들었다. 한번 이런 이야기를 해 보자. 한 배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풍랑을 만나 항로를 잃어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배 안에 있던 나침반마저도 고장이 나서 방향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목적지는 북쪽에 있다. 그래서 모여 의논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의견이 분분했다. 그중 한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쪽을 가리켰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논리적인 이야기로 다른 쪽을 북쪽으로 지적하였다. 그러자 어떤 이가 다수결로 정하자는 말을 했다.

그러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게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면 이 배는 정말 북쪽으로 가는 것일까? 그들이 다수결로 정하던, 경험 있는 사람의 논리적인 의견을 따르던, 그들의 결정과 관계없이 지구의 ‘정북’은 엄연히 북쪽에 존재하고 있다. 즉 우리의 경험, 이성적 판단, 문화적 산물과는 관계없이 절대 진리는 ‘정북’과 같은 존재로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다수결로, 논리로 정한다고 ‘정북’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란 바로 이 ‘정북’을 보고 대중들을 인도하는 사람이며, 또 다수가 보지 못하는 ‘정북’을 바로 깨달아 아는 사람이 지도자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여론이, 논리가, 경험이 엄연히 존재하는 ‘정북’을 대치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작금의 ‘초계함’사태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나 군 수뇌부의 대응방식을 보면 여론에 따라, 다수결로 ‘정북’을 정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왜 이렇게 의심을 하는가 하면, 초기 대응 때부터 성실과 신의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제2의 광우병 사태’로 만들어 가는 게 아닌가 하고 우려하고 있다. 사건 발생 시점이나, 선체의 위치 추정이나, 구난장비 동원체계나, 원인추정에 이르기까지 증빙자료 공개나 설명에 있어서 선명성과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국민들은 의심을 한다.

그러니 각 언론마다 서로 다른 정보와 소스를 가지고 나름대로 추정하여 침몰원인에 대한 다양한 소설들을 써대기 시작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종잡을 수 없게 만든다. 또 정부는 이런 여론의 눈치를 보고 무리하게 수색하여 아까운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군사적 여건으로 보아 모든 군사작전 내용이나 사전인지정보를 다 공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만큼의 용기와 투철한 군인정신이 있다면 실종자 가족들과 답답해하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침몰한 천안함만큼이나 대한민국이 이 사건 속으로 깊이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와 군 수뇌부는 이 사건을 다음 천안함에 탑승할 미래의 수병들과 그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다윗이 사울 왕을 피해 압둘람 동굴로 도망하는 곤궁한 때, 그런 다윗을 보고 ‘환난 당한 자, 원통한 자, 빚진 자들이 모여들어 그를 받들었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삼상22:1~2). 다윗의 무엇을 보고 그들은 모여들었고 다윗을 우두머리로 받들었는가? 개인적 영달이나 평안이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은 다윗이 ‘정북’을 알고 있으며, ‘정북’으로 가고 있다고 믿었기에 그와 고락을 같이 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였고 기꺼이 따라 나섰던 것이다.

미국은 영웅을 많이 만들고 잘 만든다. 그들이 명백히 잘못 시작한 이라크전쟁에서도 많은 전쟁 희생자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국민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게 한다. 오늘 정부는 천안함이 침몰한 이 시점에 우리의 명백한 46명의 영웅들을 침몰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종자 최정환 중위의 누나가 생존 장병들에게 보낸 편지 “살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는 정말 감동적이다.

우리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이 정부로부터 진정 듣고 싶은 것이 바로 이런 말이다. ‘생존자 여러분! 살아오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도 당신들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불가항력이었을 테니까요. 생존자 여러분! 힘내십시오. 빨리 건강을 찾길 바랍니다. 그리고 열심히 사십시오. 46명이 실종되었다고 죄책감에 삶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그것이 실종자 46명의 마음일겁니다.’

이런 감동이 있었기에 다윗이 르바임 게곡에 있을 때, 지나가는 말로 ‘베들레헴 성문곁 우물물을 누가 마시게 할꼬’하는 탄식하는 소리를 듣고 다윗의 세용사들이 목숨을 걸고 적진을 뚫고 물을 길어 다윗에게로 왔다(대상 11:17~19). 정부는 이 시점에 국민들의 상한 마음을 세심히 어루만지고 감동을 주며, 영웅을 찾아내어 미래의 영웅들에게 보여주며, 분명한 ‘정북’을 국민에게 보여주며 따르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서도형 목사 (서울서지방·홍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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