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1일 법정(法頂)스님이 “아무것도 남기지 말라”는 철저한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속세에 큰 가르침을 주고 갔다하여 장안의 화두가 온통 ‘무소유’에 할애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그의 저서 중에서 <무소유>라는 책은 절판됨에 따라 한 권에 15만원을 주고도 살 수가 없다고 한다.

그 분이 실천했다는 구제의 실천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상보시(無相布施)란 자기가 남을 돕고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높은 기부의 경지를 뜻한다고 한다. <대종경 변의품 28장>에서 대종사는 유상과 무상보시를 묻는 질문에 “유상보시(有相布施)는 거름을 위에다가 흩어 주는 것 같고, 무상보시는 거름을 한 후에 묻어두는 것과 같나니라”라는 가르침을 통해 불교의 나눔의 진리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 법정스님은 자신의 저서에서 나오는 인세 수 십억원을 가난한 학생들 돕기에 사용했다고 한다. 훌륭한 삶을 살고 간 분이다. 선행을 실천하는 일에 종교를 구별할 필요야 없겠지만, 우려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이 혹여 불교의 선행이 기독교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러면 기독교에서의 나눔의 진리는 무엇일까? 우리 주님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시면서 구제에 대하여 마태복음 6장에서 네 오른손이 하는 선행을 왼손이 모르도록 은밀하게 할 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그 선행은 하늘에 쌓는 보화가 되리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이처럼 기독교와 불교의 나눔에 대한 가르침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함으로 실천하는데 있다고 믿는다.

금년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교과서에 나눔을 실천한 세 사람의 인물이 소개 되었다. 한 분은 불교인으로서 평생 김밥장사로 모은 재산 50억원을 충남대학교에 기부하여 ‘김밥 할머니’로 유명한 고(故) 정심화 이복순 여사이고, 다른 두 분은 기독교 신자였던 고 유일한 박사와 동화작가 고 권정생 선생이다.

한국기업의 선구자인 고 유일한 박사는 1926년 “건강한 국민만이 주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유한양행을 창업하여, 1971년 작고할 때까지, 유산을 자녀들에게 한 푼도 물려주지 않고 유한학원과 유한재단을 설립하여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 분이다.

또한 고 권정생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광복 직 후 귀국했지만 빈곤으로 가족들과 헤어져 행상을 했고, 결핵에 걸려 떠돌이 신세가 되어 걸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에 정착하여 그 마을의 교회 문간방에 살며 16년간 종지기를 하면서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하였다. 그는 ‘몽실언니’등 많은 작품을 남기고 2007년 5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삶과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나를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자신이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메시지이다.

그는 죽기까지 빌뱅이언덕 작은 흙집 단칸 방에서 살다가 유산으로 10억원과 매달 인세 1000만원을 북한 어린이 돕기에 써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런 아름다운 삶을 살다간 사람 그리고 지금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분들뿐이겠는가.

우리 교단 사회사업재단 산하에 교회와 개인이 설립한 27개의 복지시설이 있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거나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을 베풀어 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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