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자수기법 계승·보전에 헌신
문화사절단으로 국내외 전시 호평

우리나라의 대표적 규방문화로 수천 년을 이어온 자수. 그 전통 자수공예의 명맥을 유지하면서 자수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진정한 장인이 있다.

김시인 권사(중앙교회·사진)는 한 평생 자수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자수를 사랑하고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한시도 실과 바늘을 놓지 않았다.

지난 2006년 경상북도 문경시 무형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김 권사는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자수명인으로 유명하다. 또 우리나라 문화사절단으로서 아시아와 유럽, 미주 등에서 수차례 전시회를 열어 한국 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사후에야 전시될 수 있다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영구 소장될 만큼 그 예술적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1947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김시인 권사는 외고조모, 외할머니, 어머니를 잇는 모계전승으로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를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혀 전통 자수기법을 이어왔으며 외가로부터 내려온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이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창작품을 선보여 왔다. 

김시인 권사의 자수는 바늘땀을 불규칙적으로 길고 짧게 떠 색상의 농담에 변화를 주는 고도의 기법인 자련수, 실을 물어 둥근 결점 무늬모양을 표현하는 씨앗수, 금사·은사로 징구슬 같은 무늬를 표현하는 징금수 등 각종 기법이 살아있으며 목련, 매화, 봉황, 나비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 수년이 걸리는 십장생도까지 그 예술세계가 다양하다.

또한 육골침, 열쇠패, 베겟모, 밥상보, 수저보, 경대보 등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생활자수도 수백 점에 이른다. 그러나 자수는 그 화려함이 빛날수록 고된 노동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김시인 권사도 한 작품을 만드는 데 꼬박 서너 달의 시간을 투자하곤 한다. 

자수에 필요한 푼사, 꼰사, 깔깔실 등 다양한 종류의 수실을 구비한 후에는 전통방식을 살려 천연염료로 실을 수십 번 담궈 그늘에 말려야만 비로소 색을 입힐 수 있다.

어렵게 실을 마련하면 그 다음은 수틀에 천을 고정시키고 하루 6~7시간은 바느질에 매달려야 작은 문양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그래서 자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배우려는 사람은 적은 게 현실이다.

김 권사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수공예 작품이지만 때때로 기증도 한다. 수백만 원의 가치를 지닌 작품을 팔지 않았던 김 권사는 많은 사람에게 전통자수를 알리고자 문경유교박물관에 피땀 어린 100여 점의 작품을 기증한 바 있다. 수년 전에는 몽골 울란바토르대학을 방문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자수박물관을 만들기도 했다.

김시인 권사는 또 사라져가는 규방문화의 전통을 계승, 보전하고자 하는 열정이 높아 사대부가의 본고장 안동 하회마을을 찾기도 한다. 그곳의 여인들과 작품을 교류하며 평가해 새 자수기법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때로는 전통문양에서 벗어나 ‘십자가’ 등 기독교적인 색채를 입힌 작품도 선보이는 등 자신의 신앙을 투영시키기도 한다.    

‘전통자수 박물관’을 만드는 게 꿈이라는 김 권사는 한 때 융성했던 규방문화를 복원하고 한국의 자수를 세계에 알리고자 오늘도 오색빛깔의 실로 그의 소망을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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