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순절 기간이다. 우리는 이 기간에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이 명상하고 기도하면서, 자신의 온갖 세속적 욕망을 자제하고, 단순한 생각의 훈련과 검소한 삶의 실천을 다짐한다. 그리하여 내적 성장을 도모하는 경건한 체험을 통해 신앙과 삶은 더욱 성숙하고 성화된다.

지난 11일에 불교의 법정 스님이 78세로 입적하여 사회의 관심이 온통 그에게 향했다. 그는 대학생 때 출가한 학승으로, 팔만대장경을 현대어로 번역하면서 불교적 통찰을 바탕으로 한 수필을 계속 발표하여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는 산속에 작은 암자를 지어 홀로 수행하면서 쓴 수필 ‘무소유’를 비롯한 10권에 이르는 저술을 통해, 물욕과 아집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깨우침을 주었고, 30여년 동안 책 인세 수억원을 가난한 학생들과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준 후, 장례식 없이 입은 승복으로 다비식을 치뤄 1만 5천 추모객의 애도 속에 한줌의 재를 남기고 간 특출한 인물이다.

지난 50년 간 우리 사회는 경제개발과 성장을 목표로 끝없는 물욕을 추구하며 발전했다. 그 와중에 인간들은 타락하고 사회는 부패하여 물질만능과 외모지상주의 등 끊임없는 경쟁과 갈등, 불화로 삶의 행복지수는 경제성장과 역행하는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위기 때마다 세속적 욕망을 초월한 해맑은 종교인들의 가르침에 의해 사회가 정화되어 위기를 극복했다.

그 예로, 2000년에 소천한 한경직 목사, 2009년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그리고 이번에 입적한 법정 스님 등의 가르침과 삶이 대중들에게 큰 각성을 주고 무한한 존경을 받았다. 그들이야말로 우리사회를 밝히는 등불이고, 우리 민족의 스승이었다.

특히 이번에 별세한 법정 스님에게 배울 점이 많다. 더구나 요즘 초호화 교회건축, 최고급 승용차, 임직자에게 헌금강요, 목회자 세습, 수십억 되는 총회장 선거비용 등 세속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교회에 그의 죽음은 하나의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의 삶은 일찍이 예수께서 가르치고 걸어가신 청빈과 나눔과 섬김의 길이었고, 초대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한 삶이었으며, 5세기 경 성 프랜시스와 제자들의 활동영역이었고, 또한 17세기 청교도들이 이루고저 했던 거룩한 꿈을 따른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길과 법정의 길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법정이 자기 스스로 아낌없는 비움과 선행을 통해 자기의 업보를 청산하고 정처 없는 허허로운 세계로 떠났다면, 그리스도인은 주님의 대속으로 인한 구원의 은총을 감사하며 살뿐 아니라, 주께서 예비하신 영생의 나라를 향해 담대하게 갈 수 있다는 확신이다. 다만 성도들이 자기를 철저히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온전히 따를 수만 있다면(마16:24), 이보다 더한 은총의 삶이 없으리라.

우리가 주님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십자가를 지려는 노력이 선행 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축복과 은총, 그리고 영광을 받으려 해서는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어렵다. 우리가 매년 사순절을 지키고 섬김과 절제의 삶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께서 몸소 가신 삶을 따르려는 제자로서의 삶과 자세이기 때문이다. 2000년전 우리에게 몸소 보이신 그분의 모습을 기억 하며 그분이 가르쳐주신 말씀을 따라 행함으로 우리 모두 사순절에 이 십자가를 지는 은총의 삶을 경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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