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계에서 주목 받던 지도자 한분이 며칠 전 세상을 떠났다. 세상은 종교를 떠나 그의 죽음을 애석해 하며, 그의 본이 되는 삶을 추모하였다. 서점마다 그가 쓴 책들은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 있었고, 당분간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소유와 성공이 중심가치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무소유의 삶”을 일깨워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러나, 그도 역시 인간이었다. 마지막 한 달, 옆에서 그를 지켜본 사람이 쓴 간병일기에는, 그 역시 평범한 인간으로서 양식된 물미역보다 자연산 물미역을 먹고 싶어 했고, 서울에서 두 번째 잘하는 단팥죽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나의 모든 책들은 사후에 절판하라. 장례 절차는 간소하게 하라. 관도 만들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고, 수의도 입히지 말라”는 훌륭한 유언을 남겼지만, 인간의 본능과 욕망, 집착을 온전히 버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나 보다.

▨… 사실 무소유의 삶은 우리 주님이 온전히 실천하셨고 완벽하게 보여주셨다. 그러나 지금 주님의 뒤를 따르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무소유의 삶을 살기는 커녕 다소유(多所有)의 삶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주님은 머리 둘 곳도 집한 채도 없으셨다. 평생을 비우고, 내려놓고, 버리고, 베풀고 사셨다. 그런데 오늘 주님을 본받아야 할 우리들은 세상과 똑같이 하나라도 움켜쥐려고 몸부림치고 있으니….

▨… 성령강림 후 나타난 첫 번째 반응은 가슴이 뜨거워지거나 환상을 보고 방언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내려놓고 남의 핍절함을 채워주는 일이었다. 우리는 세상 어떤 종교의 차원을 뛰어넘는 탁월한 능력과 생명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려놓음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자기 배만 채우려 하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런지….

▨… 사람의 욕심은 블랙홀과 같아서 월세 살면 전세 살고 싶고, 전세 살면 내 집 장만하고 싶고, 내 집 장만하면 두 채 갖고 싶다. 그러나, 주님은 ‘모든 것을 다 잃은 너희는 복이 있다(메시지성경)’하셨다. 성령님은 욕심내지 말라, 과욕을 부리지 말라 하신다. 오늘 우리는 다소유의 삶과 무소유의 삶 사이에서 어느 한편을 선택해야 할 마지막 시점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