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의 피로 얼룩졌으나 그 은혜로 어떤 마을은 97%가 기독교인이고 말이 섬이지 지금은 대파, 마늘, 새우젓, 천일염 그리고 여름 회의 별미 민어가 나며 대광해수욕장으로 풍요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복음의 섬 임자도가 지금 농협 조합장 선거에 얽힌 금품 수수와 선거법 위반 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농협조합은 읍면 단위로 하나씩 있고 조합장은 조합원 투표로 4년마다 선출되는데 전국적으로 1181명이나 된다.  

원래 농협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번영과 공동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일종의 명예직이었다. 그러나 어느덧 농민들 사이에서도 조합장에 당선되는 것을 입신코스로 여기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선거철 몸살이 전국적인 열병이 되고 말았다. 한 동네에서 태어난 이웃사촌이지만 일단 라이벌이 되면 사생결단하고 대립하는데 폭력 위협도 불사한다고 한다.

농민들이 여기에 목을 매는 이유는 일단 농협조합장에 당선되기만 하면 면읍의 돈줄을 틀어잡는 경제수장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읍면의 상위기관장에 속하게 되고 연봉도 5천에서 8천까지 받으며 차량지원은 물론 업무추진비도 별도로 받는다. 그리고 퇴임하면 기초광역의원이나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이런 배경을 깔고 치러진 이번 임자농협 조합장 선거는 5명 후보자가 격전을 치렀다. 1차 투표 후 2차 투표 때는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되므로 돈 선거는 기정사실화 되었다. 결국 주민들은 두 후보자로부터 돈봉투 100만원과 50만원씩을 받게 된 것이다. 주민사이는 비밀이 철저히 보장되었으나 너무나 타락한 선거는 결국 자수자를 일으켰던 것이다.

물증을 잡은 경찰은 지난 18일부터 20여명을 섬에 상주시키며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대상자는 투표권자(조합원) 1093명 모두와 섬 1717가구의 64%로서 이는 세 집 중에 두 집이 조사를 받고 있는 꼴이다. 왜 이런 진풍경이 일어나는가하면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돈을 살포한 당사자는 물론 돈을 받으면 법에 따라 50배의 과태료를 물리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주민들에게 자진신고하면 과태료는 면제해 주겠다고 방송하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한 주민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돈 받은 사람들도 다 뉘우치고 있을 텐데…”라며 말을 접는다.

이런 경우가 단지 임자도만의 경우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같은 섬치고 임자도는 도시가 안 부러울 정도로 부촌이다. 그런데 왜 이런 부정이 섬을 온통 집어 삼키게 되었을까?

결론적으로 볼 때 풍요한 경제는 더욱 돈의 위력과 편리라는 미명 하에 주민들의 양심을 마비시켜 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문제는 이런 물신숭배의 부끄러운 작태가 신앙의 섬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말세에 신자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딤후4:2) 라고 예언한대로 순교자들의 후예들이 맘몬을 더 숭배하는 물신주의자들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것은 임자도는 우리 성결교 바닥이고, 최근 섬 선교의 대모인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 영화와 더불어 지도와 임자도를 중심한 신안군의 신앙내력이 조명을 받고 있는 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근 모 교단의 감독선거 후 끝을 모르는 표류, 한기총의 선거풍토에 대한 정화요청, 모 교단의 내분 등, 모두 개탄할 돈 선거 후폭풍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우리 모두 뼈를 깍는 자성으로 사순절을 보내야 할 것이다. 특히 104년차 교단 총회를 앞둔 우리들은 이번 임자도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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