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는 미국과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2월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침 7시50분 비행기로 미국 남동부 마이애미공항을 거쳐 10시간 만에 도미니카공화국의 산토도밍고공항에 도착하였다. 우리를 영접한 선교사님을 따라 선교센터에서 1박을 한 후 새벽 6시에 아이티로 출발을 하였다.
아이티로 가는 길은 비교적 좋았고 도미니카공화국은 살기가 좋은 나라였다. 그러나 아이티 국경을 넘으니 천국에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지진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누구 하나 치우려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고 속수무책으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만 있었다. 사람들의 걸음은 한없이 느렸고 할 일없이 빈둥거리는 것 같았다.
현지선교사 말에 의하면 지진이 나기 전에도 이 나라는 희망의 빛이 전혀 비쳐지지 않는 어둠의 나라였다고 한다. 아이티에는 미국의 선교사가 3000명이나 가 있는 나라이고 미국에 100만 명의 아이티인이 살고 있는데 미국에서 송금해 오는 돈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현지 선교사가 전했다. 미국선교사들이 그렇게 많지만 삶을 나누지 않았기에 아이티에는 좋은 지도자들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을 했다. 현지 한인선교사는 불과 3명 뿐이다.
우리가 가지고 간 구호품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미군과 유엔군이 질서유지를 해주어서 잘 나누었다. 줄을 선 사람들 가운데 젊은 여성은 거의가 임신 중이었다. 낳아 키울 수 없어 아이를 버리는 여성들이 분명 많이 있을 것이고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많을 것이다. 목요일 오전에는 고아원 4군데를 돌며 과자와 또 다른 구호품을 전해주었다. 리라꽈란 동네에는 고아원이 30군데나 있다고 하는데 오후에는 도미니카로 출발을 해야 하는 관계로 열악한 고아원 현장 몇 군데만을 살펴보았다.
고아원에 다니면 계속 우는 아이들이 있었다. 이번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울기만 한다는 원장의 말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티 고아들, 이제 3월초에 다시 와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시는 도우미가 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우리 소중한사람들에서는 내일의 꿈나무들인 어린이들에게 좋은 토양을 만들어 주기를 위해 기도하면서 결연자들을 찾아 나갈 것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돌아와 하루를 자고 그 다음 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날 비행기 안에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해 몇 가지 정리를 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생활필수품이다. 그것들을 적시에 지급해 주어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많은 물자들이 아이티로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효과적으로 구호품들을 나누려면 현지 선교사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노숙자 사역을 오래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직접 물건을 전달해주기를 원하는 단체나 교회가 있다. 이번에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절대 물건을 각기 구입해서 들여보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느 교회는 직접 도미니카 현지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아이티로 들어갔다. 나누어 줄때는 어느 가정은 옥수수가루만, 어느 가정은 생선통조림만, 빵만, 식수만 이렇게 물건을 나누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아이티 난민들은 지혜롭게 그것들은 서로 나누어 가질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을 패키지로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교회, 병원, 학교, 고아원이 포함된 센터를 세우는 일이다. 여기에는 현지에서 현재 운영하는 곳을 지원하는 방법이 있다. 현지인과 합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차후 현지에 법인을 세워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또 하나는 직접 센터 땅을 구입하고 센터를 건축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선교사를 반드시 파송해야 한다. 전문적인 평신도선교사를 1년 단위로 파송해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도 하고 현지인들을 잘 가르치는 선교사가 파송되어야 전체사역을 할 수 있다. 방학 때는 미국에서 학생봉사자들이 투입되는 방안도 모색해 볼만하다.
세 번째는 복지선교의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아이티에 필요한 것은 우선 학교와 병원 그리고 고아원이다. 학교에서도 예배를 병원에서도 고아원에서도 예배를 드릴 수 있다. 그러면 교회는 자연히 생기게 되고 부흥하게 된다. 우선은 아이티인들에게 사랑 받는 종교로서 기독교가 서야 한다. 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며 헐벗은 자에게 입을 것을 주며 병든 자와 옥에 갇힌 자를 방문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아이티에 실천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