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에서 부활절까지 이어지는 절기는 교회력에 있어서 대강절에서 성탄절까지 이어지는 절기와 함께 성도들에게 가장 중요한 기간입니다. 사순절은 ‘봄’을 뜻하는 ‘렌트’(Lent)로 불리기도 합니다. 봄에 이 절기를 지키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은 성도들이 자신의 신앙을 성장시키고 자신의 죄를 회개하며, 부활절을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이 절기는 특히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사순절은 특별한 회개일인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2월 17일)에서 시작되어, 성 금요일의 슬픔과 비극 가운데 끝납니다. 사순(四旬)이란 말은 40일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올 해 사순절은 2월 17일부터 4월 3일까지 이어집니다. 주일을 계산하지 않고 40일간 지켜지는 이 사순절은 325년 니케아 회의에서 결정되어 교회의 역사에 깊은 뿌리를 내린 교회력의 중요한 절기입니다.

초대교회부터 그리스도인들은 사순절을 맞이할 때마다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에 동참하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 동안 많은 성도들은 절식이나 금식을 하면서 주님이 당하신 수난의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 역시 이번 사순절에는 그 의지 중의 일환으로 초대기독교가 정한 일곱 가지 죄목(교만, 질투, 분노, 탐심, 탐식, 게으름, 정욕)을 생각해 보면서 회개의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회개란 글자 그대로 뉘우치고 고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다음의 두 가지 행동을 모두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선, 감정적으로 잘못을 느끼고 뉘우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찢어진 양복을 보면서 ‘안 되었다, 보기 흉하다, 기워 입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뉘우치는 감정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뉘우치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회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뉘우친 이후에는 그것을 고쳐야 합니다. 양복이 찢어진 것을 알았으면 즉시 그 옷을 벗어서 기워 입어야 합니다. 즉, 결과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헬라어에서는 회개를 ‘메타노이아’라고 표현합니다. 회개, 즉 ‘메타노이아’라는 말은 방향전환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떠났던 사람의 참된 회개는 뉘우치는 마음으로 주님께 다시 돌아오는 것입니다.

찬송가 273장(통331장) 2절을 보면 “그 귀한 세월 보내고 이제 옵니다. 나 뉘우치는 눈물로 주여 옵니다. 나 이제 왔으니 내 집을 찾아 주여 나를 받으사 맞아 주소서”라는 가사가 나옵니다. 참된 회개는 고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쁜 행실이 있으면 고쳐야 합니다. 나쁜 습관이 있거나, 불의한 생활이 있으면 그것을 고쳐야합니다.

엄격하게 말해서 우리가 회개한다는 것은 옳지 못한 나를 깨뜨리고 무너뜨려서 주님의 모습을 닮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누구도 예외가 없습니다. 열왕기하서 19장 1절 이하에 보면 한나라의 왕이 자신의 옷을 찢고 스스로 굵은 베옷을 입으며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는 장면이 슬로우 비디오처럼 소개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회개할 때나 극도의 슬픔을 몸으로 표현할 때 옷을 찢고 굵은 베옷을 걸치고 재를 뿌리고 그 위에 앉아 통회했습니다.

금으로 수놓은 왕복을 찢고 대신 굵은 베옷을 걸친 히스기야의 행동에 주목해 봅시다. 사람이 자기 옷을 찢고 벗는 것은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낮추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는 교만의 옷, 죄의 옷, 자신의 옷을 찢어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옷만을 찢지 말고 “마음도 찢으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찢는 운동, 그것이 바로 회개운동입니다.

히스기야는 자신 뿐만 아니라 궁내 대신과 서기관과 제사장들에게도 굵은 베옷을 입게 했습니다. 이것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3부 요인들도 굵은 베옷을 입게 한 것입니다. 나라가 살려면 입법, 사법, 행정, 교육, 군사, 문화, 정치, 사회, 경제등 모든 분야의 사람들이 회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삽니다. 죄는 하나님의 심판을 부르는 나팔 소리와 같습니다. 어느 한쪽, 어느 한 부분만 회개 한다고 해서 나라가 잘되는 것이 아닙니다. 민족적인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진정 살기 위해서는 우리들의 죄를 찢어야 합니다. 살기 위해 수술하고 수술하기 위해 피부 근육을 찢듯 우리의 마음을 찢어야 합니다. 그래야 살길이 열리게 됩니다. 히스기야가 끝까지 교만을 버리지 않았거나 혹은 산헤립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무릎 꿇고 애걸하는 일을 거듭했다면 결국엔 앗수르의 종이 되고 말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단호히 자신의 불신앙과 무지를 회개하고 하나님께로 돌아섰습니다. 하나님 편에 섰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세상 편에 섰다가 하나님 편에 서는 것, 그것이 회개입니다. 사람의 눈치나 보고 살던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것, 언어를 고치고 생활을 고치고 정신을 고치고 사상을 고치고 목적을 고치는 것, 그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이번 사순절을 맞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회개의 시간을 갖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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