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의 반말에 천주교를 떠난 소년

김순모(金順模)는 1904년 3월 2일에 황해도 재령에서 김택근 씨의 3남 2녀 중 막내아들로 출생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키가 작았지만 매우 똑똑했다. 그의 가문은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독실한 천주교 신자여서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천주교 교리를 배우며 성장했다.

할아버지가 그를 특별히 귀여워했고, 그는 할아버지를 무척 따랐다. 그래서 7살이 될 때까지 할아버지에게 천자문과 함께 예절을 배웠다. 예절이 없으면 짐승보다 못하다고 가르침을 받고 어른들에게는 인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서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했다.

그가 7살 때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그해 여름에 대한제국이 망하고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합병하면서 마을 어른들이 가슴을 치며 울었다. 초등학교에는 일본인 선생이 와서 일본 말을 가르쳤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일을 하면서도 전보다 말을 하지 않고 한숨을 자주 쉬었다. 그러면서 마을 천주교회에 더 자주가서 무너진 나라를 걱정하며 열심히 기도했다.

그가 열두 살이 되던 어느 주일에 할아버지가 천주교회에 가면서 그를 데리고 갔다. 이제부터 천주교회의 교리를 열심히 배워 장차 신부님이 되어야 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들이 교회에 들어서자, 검정색 옷을 입은 젊은 신부가 할아버지께 인사말을 건넸다.

“바오로 왔는가?”, “예. 신부님.”, “이 아이가 손자인가? 아주 똑똑하게 생겼네 그려.”

순모는 깜짝 놀랐다. 아무리 신부님이지만, 자기 아버지뻘 되는 할아버지에게 반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바오로’는 할아버지가 세례 받을 때 받은 천주교의 이름이었다. 순모는 천주교의 미사에 참석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몹시 지루해서 하품이 나왔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에게 반말을 한 신부님이 보기도 싫었다. 예절도 모르는 신부님이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밉게만 보였다.

한 시간이나 계속되는 미사를 마치고, 할아버지가 순모의 손을 잡고 교회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신자들에게 인사말을 하던 신부가 할아버지를 보고 다시 말했다.

“바오로, 잘 가게.”, “예, 신부님. 안녕히 계십시오.”

젊은 신부가 또 할아버지에게 반말을 했다. 순모는 화가 나서 신부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와 버렸다. 순모는 집으로 가면서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왜 신부님이 할아버지한테 반말을 하지요?”, “응. 신부님이 나이는 젊지만 우리를 가르치시는 아버지이기 때문이란다.”, “젊은 신부님이 할아버지를 가르치는 아버지라구요?”, “그래. 신부라는 말은 아버지라는 뜻이란다.”, “그래도 신부님이 젊은 사람인데, 할아버지한테 버릇없이 반말하면 안 되잖아요?”

순모의 말에 할아버지가 손자의 얼굴을 한참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다음 주일에 순모는 다른 교회도 신부가 그러는가 해서 읍에 있는 교회를 혼자 걸어서 찾아갔다. 예수교장로교회였다.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목사님이 신자들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오셔서 감사합니다.”

머리가 희끗한 목사님이 어린 자기에게도 높인 말을 하자, 순모는 목사님이 신부님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일마다 천주교회에 간다고 하고, 예수교회를 다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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