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어느 지방회의 큰 교회가 소속 지방회 탈퇴를 선언하였다. 서울의 다른 지방회로 소속을 옮기겠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타당한 행동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법통’들이 따질 일이고 도덕적으로 옳으냐, 옳지 않느냐의 문제는 그 교회 담임목사님이 누구보다 성령을 강조하는 분이시니 그분이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성령이 도덕성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들이댈 만큼 무모한 이가 교단 안에 숨어 있다면 얘기는 다르지만.

▨… 그 소식을 들은 어느 지방회의 중진이 입맛을 쩍쩍 다셨다. 그러더니 한마디를 한숨처럼 내뱉었다. “이왕 옮길거면 거리는 조금 멀어도 우리 지방회로 옮기지.”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지방회 소속교회 가운데 70퍼센트가 미자립인데 교단 안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교회가 하나 옮겨오면 지방회 재정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느냐는 계산이었다. 말을 내뱉고선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헛웃음으로 표정을 얼버무렸다.

▨… 이왕지사 큰 교회가 테잎을 끊는다고 하니 이참에 전국적으로 지방회를 재편성해보자는 발상은 어떨까. 시니 도니 하는 행정구역은 애초에 국가에서 마련한 것이지 교단과는  상관이 없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비슷한 크기의 교회끼리 모여서 임의단체를 구성하면 꼴보기 싫은 얼굴 안 봐도 되고 지기 싫은 짐 구태여 질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오해는 마시라. 에멜무지로 해보는 말이니.

▨… “과거에 부와 재산증식에서 더 많이 기뻐했던 우리가 이제는 공동기금을 모으고 궁핍한 사람과 함께 나눕니다. 서로 미워하고 죽였으며, 다른 관습 때문에 서로 상종하지 않던 우리가 그리스도의 십자가 이후에 함께 살며, 우리의 원수를 위해 기도하며, 우리를 부당하게 미워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들도 공정한 명령에 따라 살면서 하나님으로부터 같은 것을 받고자 하는 선한 희망을 우리와 함께 나눠 갖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 앞의 글은 유스티누스(Justinus)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를 중지해 주도록 호소하면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에게 보낸 변증서의 일부다. 그리스도가 내 안에 있는 사람의 변화를 속속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왜 서글퍼지는 것일까. 성령께선 부끄러움도 가르쳐주심을 우리는 잊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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