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다나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희망으로 출발했던 기축년은 작년 말 세계 경제를 강타한 글로벌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가 계속 몸살을 앓았고, 우리 정부도 실업자 구제와 경제회복에 아직도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일까? 언론학회가 진단한 금년의 사자성어는 구복지루(口腹之累)로, 먹고 살기에 힘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교수협의회의 진단은 방기곡경(旁岐曲逕)으로, 지도자들이 국정의 주요사안을 타협하지 못하고 샛길과 굽은 길로 가고 있다고 빗대어 고질적 병폐인 우리 정치현실을 질타한다.
무엇보다 지난 한 해는 몇 분의 큰 지도자들의 죽음이 주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즉 노무현,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과 종교계의 김수환, 정진경, 김준곤 목사들이 소천했다. 모름지기 별이 떨어졌다는 큰 인물의 죽음이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면,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은 우리 정치사의 투쟁적 민주화의 종언을 뜻하며, 또한 세 종교지도자들의 죽음은 인격적 카리스마 지도력의 마감과 함께 새로운 종교 지도력이 요청된다. 특히 최초로 한국기독교의 장(葬)으로 장례식을 치룬 고 정진경 목사는 우리 교단의 명예이자 동시에 우리의 지도력 상실과 맞물려 아쉬움이 더 하고 있다.
우리 교단의 대표자는 현직 총회장이다. 그런데 총회장은 신병을 이유로 몇 달 전에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교단의 대표성과 지도력의 공백상태를 야기했다. 현재 목사 부총회장이 직무대행을 하고 있지만 아쉬움이 많다. 이제 건강이 호전되어 설교를 할 정도라면 속히 직무에 복귀해야 한다. 신년 복귀를 결정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성직은 명예와 충성이 생명이기 때문에 순교의 각오로 힘써야 할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꾸준히 경제성장으로 OECD 국가 중 경제회복이 가장 빠른 국가라고 국제경제기구에서 진단한다. 이 대통령도 내년 하반기부터 완전회복을 예상하는 등 낙관적이다. 이에 비해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들의 정신력과 도덕성 수준은 미치지 못해, 매사에 갈등과 대립이 여전하다. 그동안 영호남간의 갈등이 국민화합에 걸림돌이었는데, 세종 시 문제로 충청권이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됐다다. 국가의 이익과 지역이기주의에 민감한 국민들의 태도 속에서 갈등은 우리나라를 힘들게 할 뿐이다.
지난 일년은 신종플루의 창궐로 국민들이 일시로 공포분위기에 젖기도 했지만 정부의 빠른 대처와 국민들의 경각심이 이를 물리쳤고, 갈수록 양산되는 실업자와 노숙자들에 대한 전국 교회들의 관심어린 기도와 무료식사대접으로 그들의 고달픈 삶을 잠시나마 위로 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였다. 우리는 세모를 맞아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자.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은 “모든 시대에 직면한 여러 위기에서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는 유일한 기관은 교회뿐이다. 따라서 교회는 언제나 사회의 희망이다.”고 했다. 미래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목회하는 교회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지녀야 한다. 국민들에게 잘못이나 죄에 대한 회개를 촉구함과 동시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브니엘의 아침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세모에 지닌 교회의 메시지는 항상 감사와 회개와 희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