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쇼펜하우어(A. Scho penhauer)는 학자로서 출세할 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의 까탈스러운 성격 탓에 진저리를 쳤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성질을 부리고, 불가피한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한탄하고 걸핏하면 하인들에게 투덜거리던 쇼펜하우어는, 급기야는 하녀를 계단 아래로 밀어 뜨려 평생 불구자되게 만들었다. 그가 화를 냈던 것은 그 하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 비트겐슈타인(L. Wittgens tein)은 스물 세 살에 이미 버트런트 러셀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내가 만나본 천재의 완벽한 본보기였다. 열정적이고 심오하며 집중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용을 지킬 줄 알았다.” 러셀은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감탄했지만 그의 괴팍한 성품과 변덕스러움은 눈치 채지를 못했다. 엉뚱하게도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던 그는 소녀가 기절하기까지 따귀를 때리는 일을 저질렀다.

▨… 장기려 박사는 북녘 땅에 아내를 남겨두고 월남해서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혼자 살았다. 그의 삶은 가난한 병자를 돌보는 데에 맞추어져 있었다. 어느 기자가 그를 인터뷰하며 ‘유명한 의사’라는 호칭을 썼다. 조금은 그를 대접하려는 표현이었다. 그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명한 의사가 되는 것은 그다지 어렵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 목사라고 다를까? 현대의 목사들은 쇼펜하우어나 비트겐슈타인 못지않게 공부를 많이 한다. 어떤 분야의 어떤 사람들과 비교해도 똑똑함에서는 뒤처질 게 없다. 그래서 박사 학위도 많이 받고 유명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뒤집어 보자. 과연 유명한 목사님들이 좋은 목사님들인가? 좋은 목사님들이 유명해지는가? 진정 좋은 목사가 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 아닌가?

▨… 쇼펜하우어나 비트겐슈타인을 보면 똑똑함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이 훌륭한 인격과 연결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올 한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다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이해일 것이다. 왕도가 바로 서지 못하면 소인배들이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율곡은 한탄했다. 어지러웠던 우리 교단의 한해도 인격이 부족했던 ‘내탓’의 방기곡경 때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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