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하며 하나님 만나요”
3개국어 성경필사·감사와 겸손 깨달아

이금순 집사(천호동교회·사진)는 올해 78세로, 여든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금도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는 ‘커리어우먼’이다. 일본어와 영어에 능통한 그는 주로 세미나, 학회 등 전문적이고 까다로운 통역을 주로 맡는다. 낭랑한 목소리, 칼 같은 시간관념, 뛰어난 일본어 실력으로 요즘도 업계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정치인과 정부 부처의 통역도 맡을 정도로 그는 통역분야에서 명성이 높다.
이 집사가 이렇게 능숙한 언어실력을 갖춘 데는 시대적인 영향이 컸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살며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익혔다. 또 대학때는 번역책이 없어서 외국 원서로 공부한 덕분에 영어 실력도 키울 수 있었다.
그가 통역일을 시작한 것은 오직 생계를 위해서였다. 23살에 결혼한 그는 12년 후 남편의 당뇨병 판정으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교사로 일했지만 네 자녀와 병든 남편의 뒷바라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 라디오에서 통역안내원 모집광고를 들은 이 집사는 시험을 봤고, 1000여명의 경쟁자 중에서 가장 우수한 실력으로 입사하게 됐다. 실력과 열정이 넘치니 그에게는 큰 부도 따라왔다. 그러나 모든 일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통역사로 성공궤도에 오른 이 집사는 여세를 몰아 1990년 일본 도쿄에 여행사를 차렸고 사업 초기에 대성공을 이뤘다. 그러나 순항을 거듭하던 사업은 92년에 한일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 부도가 났다.
“성실하게 노력했지만 내 힘으로 안 되는 일이었어요.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에 아들과 며느리에게 ‘너네 하나님한테 나 좀 데려다 줄래?’라며 말했죠.”
그렇게 이 집사는 1992년부터 천호동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 만난 하나님은 이해할 수 없는 분이었다. 성경 속 하늘나라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 속이었다. 그래서 이집사는 교회에서 권유하는 성경필사로 하나님을 알아가기로 결심했다. 궁금한 것은 직접 성경사전을 찾아가면서 10개월만에 첫 필사성경을 완성했다.
이후 일본어 성경에도 도전했다. 일본어로 성경을 적어 내려갈 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본어 달란트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됐고, 감사고백이 저절로 나왔다. 곧이어 그는 영어 성경에도 도전했다. 그렇게 3개 국어로 성경필사를 진행하면서 이 집사의 신앙도 자연스럽게 성장해갔다.
성경을 필사하며 얻은 가장 큰 결실은 겸손함이었다. ‘내가 최고’라고 자만하던 마음을 버리고 예수님의 낮아짐을 본받았다. 여행사 사장까지 했던 그는 다른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관광가이드부터 차근차근 일을 시작했다. 그러한 겸손 덕분에 부도로 생긴 빚도 다 갚을 수 있었다.
현재 이 집사는 4번째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이 성경은 자신의 묘지 앞에 놓을 생각이다. 성경필사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있는 이 집사는 오늘도 성경을 쓰며 하나님께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