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이 모여서 하나의 가족 이뤄
서로의 부족함 메우는 공동체 사회와 함께 호흡

 

 

상계동의 한 아파트에는 특별한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베데스다 나눔교회(양동춘 목사)가 운영하는 그룹홈 ‘베데스다의 집’에 모여산다. 모두 장애 여성들이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한가족으로 살고 있다.

다섯 명의 특별한 식구

베데스다 나눔교회는 지난 1998년부터 장애인 그룹홈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그룹홈은 장애인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곳이다. 사회복지사의 상주아래 장애인들은 가정과 같은 주거환경에서 지내며 재활교육을 받는다. 지금까지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가정에서 장애인을 돌봤던 개념에서 벗어나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베데스다 나눔교회가 그룹홈을 시작한 계기는 한 장애 여성을 만나고부터다. 그녀는 가족과의 불화로 더 이상 가정 안에서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파악한 양동춘 목사는 그녀의 가족과 함께 집을 장만해 그룹홈을 시작했다. 광진구에서 처음 시작된 그룹홈은 몇 번의 이사 끝에 지금 위치에 터를 잡았다. 현재 그룹홈에는 다운증후군인 김동오 씨, 강이슬 씨와 정신지체장애인 최경자 씨, 신소원 씨가 있으며, 사회복지사이자 왜소증을 가진 홍석인 간사가 상주하며 이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그룹홈을 통해 가정의 안정감 얻어

26살 동갑인 신소원 씨와 강이슬 씨는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가브리엘 작업 시설에서 일한다. 두 사람은 낯선 사람에게조차 환한 웃음을 보여줄 정도로 밝다. 그룹홈이 가장 좋은 이유를 묻자 “늦게까지 잘 수 있다”라는 조금 특이한 답이 돌아왔다. 홍석인 간사는 “복지시설에서 쭉 자라온 소원이와 이슬이는 한 번도 가정의 평안함을 누리지 못했다”면서 “그룹홈에서 가정이 주는 쉼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다수가 함께 사는 복지시설은 장애인들에게 규칙적이고 틀에 짜인 생활을 하도록 만든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성장하는 장애인들은 일반가정이 주는 안정감을 얻지 못한다. 그룹홈은 이점을 극복시킨 것이다. 또 다른 식구인 53세의 김동오 씨와 49세의 최경자 씨는 낮에는 주간 보호 시설에서 놀이치료, 음악치료 같은 재활 훈련을 받는다. 두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만 자랐다. 특히 최경자 씨는 홍 간사와 치료사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보이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그녀를 재활하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룹홈에서의 생활은 그녀를 차츰 변화시켰다. 텃밭 가꾸기, 에어로빅,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그룹홈의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이날 식사 후 뒷정리를 하는 그녀의 손길에서 그동안의 노력이 엿보였다.

기본적인 문제 해결이 우선되어야

그룹홈은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시작하기에는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 그 첫 번째는 가족들의 인식이 문제다. 가브리엘 작업활동시설의 김은주 직업훈련 교사는 “많은 부모님들이 그룹홈의 장점을 알지만 죄책감을 느껴 그룹홈을 꺼리는 것 같다”면서 “가족에게 짐이 되기 전에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미리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그룹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그룹홈은 그 시작 비용이 만만치 않은 단점이 있다. 그룹홈 홍석인 간사는 “거주할 집과 살림도구 때문에 많은 시작 비용이 든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룹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재 베데스다 나눔교회의 그룹홈은 서울시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물가인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금액이라 인건비를 제외하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이 있지만 그룹홈을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만의 사회 속에 조금씩 들어오는 것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인식개선과 정부차원의 도움으로 많은 장애인들에게도 그룹홈의 기회가 늘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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