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지만 밝은 웃음 가득…미래 향한 꿈도 넘쳐
한부모가정 탐방

4월 어느 봄날. 3년 전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엄마와 초등학생 두 아들만 오롯이 남은 오산의 한 부모가정을 찾았다.
조경애 집사(43세, 수원중앙교회-예성)는 아들 건이(초5), 강이(초2)와 밝은 내일을 꿈꾸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부모 가족이다. 혼자 벌어 가정을 꾸리려니 매일 고개너머 산을 만나지만 항상 마음을 곧추세우며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밝은 내일 꿈꾸는 ‘우리는 한부모가족’
남편 고 김명환 씨는 2006년 여름. 41세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쓰러졌고, 5일 후에 뇌사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비신자였던 남편을 전도하기 위해 매일 새벽기도 다니며 ‘교회로 인도해 달라’고 신고 다니던 신발도 들고가고, 양말도 품에 안고 기도했는데 아예 데려가 버리신 하나님이 얼마나 원망스럽고 야속했는지 몰라요.”
앞길이 구만리 같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지만 조 집사는 남은 평생 아이들만을 위해 살겠다고 한다.
“주위에서 젊으니 재혼해야 한다고 등을 떠밀지만 전 싫어요. 평생 아이들에게만 사랑주며 살고 싶어요” 남편의 빈자리가 크지만 아이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 집사는 ‘재혼은 절대 안한다’ 다짐했다.
아이들에게 아빠의 빈자리는 아직도 너무 커 또다른 부담을 주기도 싫고, 혹시 모를 재혼 실패의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아빠가 제일 보고싶냐는 질문에 “야구하고 싶을 때 아빠가 제일보고 싶어요. 우리아빠가 야구 잘 가르쳐주거든요.”
“놀이동산 가고 싶을 때요. 아빠 돌아가시고 식구들끼리 놀이공원 한번도 안가 봤어요. 엄마한테는 가자고 못했어요. 우리엄마 힘들거든요. 놀이동산 안가도 괜찮아요.”
티 없이 맑은 웃음을 짓지만 깊은 속내를 드러내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럽기도 하고, 뭉근한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삶의 원동력, 가족사랑
남편이 떠난 후 조 집사는 식당일도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닥치는 대로 해댔다. 힘들게 오랜 시간 일해도 벌이가 신통치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지금도 두 눈을 질끈 감고 힘겨움을 이겨내고 있다. 맑고 밝은 건이 강이가 삶의 이유가 되고, 원동력이 되어 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글쎄 아빠 돌아가시고 건이가 첫 시험에 올백을 맞아 왔더라구요. 더 열심히 해서 엄마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기특하던지… 지금은 아빠 있을 때보다 더 공부를 잘해요.” 남들처럼 비싼 학원에 보내지도 못하고 과외는 꿈도 못꾸는 형편이지만 아이들이 참 잘해주고 있다고 아이들 자랑에 입이 귀에 걸렸다. 아이들은 오산평화교회에서 여는 영어교실과 독서교실에 다니는 게 전부였지만 제법 공부를 잘 하는 것 같았다. 엄마의 자랑인 냉장고에 주렁주렁 달린 상장이 이를 확인시켜 주었다.

가족 위해 성공 꿈꿔요
야구선수가 꿈인 건이는 이승엽 같은 유명한 야구선수가 꿈이다. 돈 많이 벌어서 엄마랑 강이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둘째 강이는 요리사가 되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엄마랑 형아랑 마음껏 먹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엄마의 걱정은 경제적 어려움 뿐만이 아니다. 더 큰 걱정거리가 있었다. 사춘기가 오면 어떻게 보살펴야 하나 고민거리였다.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사춘기가 되면 아빠 손길이 많이 필요 할 텐데 걱정이에요. 매일 우리 아이들 문제없이 사춘기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게 일과가 됐어요.”

하나님 믿고 오늘도 꿋꿋하게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고 난 후 의지할 곳은 주님밖에 없어 매달리다 보니 조 집사 가족들은 신앙이 더 좋아졌다. “하나님이 든든한 빽이 되어주시는 데 걱정할 건 뭐고, 근심할 건 뭐가 있겠어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에요.”
하지만 교회봉사를 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일하고 아이 둘을 키우려다 보니 시간도 없고 몸도 힘들어 아예 신경을 끊고 산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아빠 없는 아이’, ‘남편없는 여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수근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한부모 가족으로 산다는 것 물론 쉽지 않아요. 돈에 쪼들리고 주변시선 신경써야하죠. 하지만 동정받고 싶지 않아요. 매일 부족한 삶이라도 우리가족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어렵고 힘들어도 신앙의 힘으로, 가족의 끈끈한 사랑으로 버티며 조금씩 나아질 내일을 기대하는 건이, 강이네 가족에게서 상큼한 봄꽃 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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