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성서학원에서의 경건 생활

최석모가 입학한 경성성서학원은 1911년 무교동전도관에서 개교한 서울신학대학교의 전신이다. 이는 한국성결교회의 첫 선교사이며 감독인 존 토마스가 동경성서학원을 모델로 세운 학교로, 교수들은 토마스 목사가 원장 겸 교수로, 정빈 전도사와 토마스 목사의 부인이 찬송가를 가르쳤다. 그리고 이장하 전도사가 선교사의 말을 통역했다.

제1회로 입학한 학생은 강시영 등 3인(남 2, 여 1)으로, 남녀공학이었다. 이는 당시 남녀를 차별하는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파격적이었다. 이듬해(1912년)에 최석모 외 8명(남 7, 여 2)이 입학하여 3년 동안 공부했다. 이 때 입학 조건은 나이 25세 이상이고 거듭난 경험이 확실한 사람만 뽑아 학비와 기숙사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지급하여 무료로 공부시켰다.

최석모가 입학한 그해에 성서학원은 아현동 언덕에 이층 빨간 벽돌 집 건물을 새로 짓고 무교동에서 이사했다. 1층은 교실로, 2층은 학생들의 기숙사로 사용했고, 사감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최석모가 23세로 입학한 것은 당시 토마스 선교사의 특별한 배려인 것 같다. 왜냐하면, 최석모가 영어를 배운다고 처음 그를 찾아왔을 때,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전도해서 구원을 받게 했고, 또 그의 권면에 따라 성서학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최석모의 재학 중에 성경공부는 정빈 교수, 사중복음은 토마스 목사에게서 배웠다. 특히 토마스 목사가 영어로 가르치면 이장하 전도사가 통역을 했는데, 그 통역을 통해 신학과 성경적인 영어 단어가 주는 의미를 더 깊이 알게 되어, 영어를 아는 그는 매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의문이 있을 때 직접 영어로 질문을 하지 않고 반드시 통역을 통해서 물었다. 

그의 영어 실력을 아는 토마스 목사가 “넌, 영어를 잘 하지 않느냐? 왜 직접 질문하지 않은가?”하고 이상해서 물었다. 그는 “통역 교수가 계시니, 통역 교수를 통해 묻는 것이 예의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 토마스 목사는 그가 예의 바른 인격자임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이장하는 최석모가 영어를 아는 실력자임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때 기숙사의 사감은 동경성서학원을 졸업하고 1908년에 귀국한 이장하 교수가 겸임하고 있었다. 그 날 오후에 기숙사에서 이장하 교수가 최석모를 불러서 만났다. 서로 얘기하던 중, 두 사람 다 한성영어학원의 출신으로 선후배 사이임을 알게 되어 더욱 가깝게 지냈다. 뿐만 아니라, 초창기 신학생들은 길에서 하는 노방전도를 의무화했는데, 이때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나팔을 불었다고 이를 위해 이장하가 동양선교회에서 마련한 악기로 신학생들에게 가르쳤다. 그때 악기들은 트렘펫이나 트럼본, 코르넛, 그리고 큰 북 등이었다.

최석모는 트렘펫을 배웠다. 그래서 저녁 식사를 한 후, 신학생들이 각각 하나씩 임무를 맡아 서대문 네거리에 가서 노방전도를 했다. 악기를 불 줄 아는 최석모와 몇 사람이 “십자가 군병들아”하고 악기를 힘차게 불면, 무슨 구경거리인가 하여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면 전도설교를 맡은 학생이 열변을 토하고, 다른 신학생들이 전도지를 군중에게 돌리며 믿기를 권면했다. 그래서 저녁마다 수십 명씩 결신자를 얻어 가까운 교회에 다니도록 했다.

최석모는 신학생들 사이에 인격자로 소문이 났다. 예의가 바를 뿐 아니라 농담이나 거짓말은 물론 입이 무겁고, 또 남의 험담이나 비방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공부와 성경읽기와 기도에 힘쓰다가 1915년에 우등생으로 제4회 졸업생이 되었다. <계속>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