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다섯살 후배를 시켜서 46.3m²(14평) 반지하층 자기 집에 불을 지르게 하여 어머니와 누나를 죽게 만든 열일곱 살짜리가 붙잡혔다 동네 주민들은 “원래 착하고 육상 꿈나무로 주목받던 아이였는데 운동을 그만둔 뒤로 불량학생들과 어울렸다”고 증언하였다. 어머니가 길거리에서 전단을 붙여 벌어오는 70여만 원으로 생활해야 했던 가난한 집 아이는 인대를 다치자 학교도 운동도 포기해야만 했었다.

▨… “나중에 보험금을 나눠줄 테니 내가 집에 없을 때 불을 질러 달라”, “새벽 4시면 부모와 누나가 모두 잠을 잔다. 아버지가 달려들면 칼로 찌르면 된다”, “저 혼자 남으면 더 잘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보험금을 타서 강남에서 폼 나게 살아보고 싶었다”, “인간으로서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한 것 같고 할 말도 없다” 모두 열일곱 살짜리 입에서 나온 말이다.

▨… 못 입고, 못 먹고, 못사는 것이 한이 되어 돈버는 데, 경제개발에 ‘올인’이라며 매어 달리는 사이 우리의 아이들은 황폐해졌다. 우리의 가치관은 무너져 내렸다. 돈만 있으면 폼 나게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로 우리 사회는 넘쳐나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은 돈이라는 풍조가 우리 사회 가치관의 바탕이 되고 있다. 오죽하면, “뭐니 뭐니해도 머니(돈)가 최고야”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 못난 녀석은 폼 나게 살기 위해서 제집에 불을 질러 어머니와 누이를 죽였다. 대부분의 목사들이 못난 녀석의 집 못지 않게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데(가족이 죽어도 탈 수 있는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목사와 그 가족이 폼 나게 살기 위해선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폼 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들 교육 흉내라도 위해서라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 “목사가 폼 나는 삶을 살고 싶으면 성령충만해야 한다고 세뇌교육을 받은 기분입니다.” 경주를 다녀온 어느 젊은 목사가 쓴 웃음을 삼키며 내뱉었다. “맞아, 목사가 진짜로 폼 나려면 찢어지게 가난해야 하는 법이니까” 은퇴가 코앞인 목사가 맞받았다 그에 의하면, 성령충만은 찢어지게 가난해지는 것이고, 지하상가교회에서 무릎 꿇는 것이고 아내와 자식의 가난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누가 반론 좀 펴주셨으면….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