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시대/ 지역어린이를 키워라-3
철저한 계획과 운영·지역사회 인정 받아
실력 검증된 교사 채용 · 수준높은 교육에 최선

교회가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통로로 지역어린이들을 돌보는 사역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돌봄을 제공하고, 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교회는 지역사회에 봉사도 하고, 아이와 부모를 모두 전도할 수 있다는 세박자가 딱 들어맞는 ‘윈윈사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고 싶어도 재정적, 인적 자원 때문에 고민이라면 망설일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교회공간과 목회자의 열정과 인내심이면 된다. 3년 전 교회공간만 확보하고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우수지역아동센터로 지정받은 서울강서지방 은혜교회(김정길 목사)가 바로 그 좋은 사례다.

▲ 은혜교회 지역아동센터 29명의 아이들은 충분한 지원과 질높은 학과교육, 예술교육을 받으며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은혜교회는 2006년 10월 은혜지역아동센터(센터장 손영자 사모)를 개소했다. 아담한 교회를 건축한 후 5개월 만이었다. 교회만 건축하면 사람들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사람이 모이지 않았고 그래서 문화센터를 시작했고 이것이 지역아동센터로 발전했다.

손영자 사모는 “교회문턱을 낮추고 지역아동센터를 열면서 조금씩 전도가 되기 시작했다”면서 “아이들이 북적거리자 교회도 활기를 띄게 됐고, 부모들이 아이들을 맡기러 교회를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막 건축을 마치고 성도도 많지 않은 교회에서 29명의 아이들을 맡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재정도 없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손 사모는 방법을 찾았다.

1년간의 운영계획을 철저히 준비해 구청을 찾았다.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차상위계층 가정의 아이들을 교회가 돌보는데 구청에서 지원해 달라고 당당히 요청했다. 지역을 위해 교회의 문을 활짝열겠다고 약속도 하고 열린화장실로 등록도 했다. 구청에서는 심사 끝에 2007년부터 아이들 급식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손 사모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아이들을 위해 지역아동센터가 해야 할 부분을 철저히 연구해 운영계획을 세웠더니 구청에서도 받아들여 주더라구요. 이때 알게 됐어요. 노력하는 만큼 지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걸요.”

지자체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역 아이들을 돕는 일이고, 아이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겠다는 확신만 줄 수 있으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2008년에는 지난 1년간의 실적을 통해 교사인건비, 급식비, 학습재료비 등 운영비까지 구청에서 지원받게 되었다.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과 투명한 운영방침이 만든 결과였다.

▲ '한화 예술더하기'의 지원으로 전문강사에게 오카리나 수업을 받고 있는 은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전국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예술대회에서 오카리나연주로 1등을 차지했다. '체험'을 중시하는 은혜센터는 12월부터 바이올린과 플룻 수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은혜지역아동센터는 이때부터 지역 최고 어린이시설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집중학습과 중국어, 독서토론, 글짓기, 한자교실, 야외학습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전문 강사들의 강의로 진행하고, 식당 조리사부터 자원봉사자까지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 채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 사모는 졸업장, 자격증, 가족관계 등 모든 신상을 파악하고 범죄경력 확인서까지 제출하도록 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아이들 교사로 세웠다. 자원봉사자도 대학교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과장출신인 한문·논술 선생님, 중국어교사 자격증을 가진 중국어교실 선생님 등 실력있는 사람들을 선별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무료로 아이들을 돌봐준다고 하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선생님들을 모셨어요. 교회가 아이들이 주눅들지 않고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이렇게 공들인 결과 은혜지역아동센터는 구로구 우수어린이센터로 지정받았다.

손 사모는 구청의 지원으로 급식비와 운영비 문제가 해결되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매년 11월 경 대기업 등에서 지원대상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1년 계획을 세워 후원을 신청했다. 까다로운 절차와 실사를 거쳐 은혜지역아동센터는 한화 그룹에서 진행하는 아동문화예술 교육사업인 ‘한화 예술더하기’에 선정됐다.

교회가 운영하는 작은규모의 센터를 지원하지 않는 대기업 관행상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화예술더하기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예술지원 프로그램으로 은혜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올해부터 영화, 뮤지컬, 피아노 공연 등을 수차례 관람하고 오카리나를 배워 전국대회에서 1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한화무역과 협약을 통해 향후 3년간 지원을 받기로 했다. 이밖에 KT&G와 KRX(증권거래소)의 후원도 받고, 지역 의원에서 아이들 무료진료 협정도 맺고 고척도서관에서는 은혜센터 아이들을 위한 낮은 책상, 의자를 구비한 방도 따로 마련해 아이들은 매일 도서관으로 책을 보러가는 시간도 갖고 있다.

손 사모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위해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도움을 요청할 때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다 보면 길은 열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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