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부터 시작된 케냐 대통령 선거 후의 부정개표 건으로 동아프리카는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42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케냐는 동아프리카에서는 비교적 극심한 정치혼란 없이 안정되게 성장해 온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키바키 대통령의 비신사적인 부정 당선을 상대 후보와 여러 부족들이 대대적으로 반대하면서 급기야는 부족갈등과 전쟁양상까지 비화되었습니다. 키바키 대통령이 속한 키쿠유족은 케냐 전체부족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다수부족이지만, 나머지 부족들과 적이 아닌 적이 되어서 죽고 죽이는 양상이 지방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사태가 한 달 반 지속되면서 종족간의 갈등은 계속 깊어지고 있으며, 설사 정치적인 협상과 타협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들 사이에 맺혀진 원한과 아픔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 발표에서는 1천여명 사망했다고 했지만, 그 밖의 뉴스에서는 수천명이 사망하거나 다치고 재산을 잃었다고 합니다. 이모저모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지난해 말 한국을 방문하고 1월 1일 케냐 나이로비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 학교가 2일로 개학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케냐 사태가 막 시작하는 즈음이었고, 아이들 개학은 7일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19일로 연기되는 등, 육로를 통해 우간다로 넘어오지도 못하고 나이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폭동사태의 난민이 되어 게스트하우스에서 19일간을 묶여있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13시간 운전해서 우간다 캄팔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탈출하다시피 벗어난 케냐에서 아무 일 없었던 것도 감사했고, 두달 동안 비워놓았던 집도 아무탈 없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지금 우간다를 비롯한 주변의 동아프리카는 기름 값이 폭등하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케냐 몸바사 항구로부터 더 이상 물품들이 수송되지 않고 정지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육로는 폭도들로 인해 마비되어 있고, 종족 간에 서로 죽고 죽이는 사태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데모는 그동안 가난과 빈곤에 시달린 사람들이 이 틈을 타서 상점이나 대형마켓을 습격하여 물건을 약탈하고, 가게를 불 지르고, 상대 부족의 집과 재산을 불 지르거나 파괴시키는 등, 오로지 약탈과 방화 살인 폭력으로 일관되어 있어 아픈 현실을 느낍니다. 물론 폭력의 뒤에는 조직폭력배들이 있고, 갱들에 의해서 조직적 범죄 양상까지 띄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군경을 수도 나이로비에 집중 배치해서 나이로비는 오히려 안전한 상태지만 지방은 속수무책입니다.

저희들도 불편한 우간다 생활에 다시 적응하면서 여러 가지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심리적인 압박과 더불어 아프리카적인 생활에 다시 맞춰야 하면서 쉽지 않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물가도 물가지만, 케냐 선교사 자녀학교에 있는 두 딸의 거취도 염려가 되며, 더 나은 대안이 없는 가운데 답답한 심경입니다.

그동안 케냐 상황 때문에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여러 교회와 성도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간 케냐 사태로 가족을 잃고 재산을 잃은 사람들이 많아 그 아픔과 후유증을 씻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듯합니다. 케냐를 비롯한 우간다와 동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이 내전과 종족분쟁으로 상처를 안고 있는데 이러한 비극이 조속히 사라지고 복음이 저들의 마음과 영혼을 정복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동아프리카를 가슴에 품고 사역하는 저희들의 사역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헌도·현여진 선교사 (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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