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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밖을 보니
[726호] 2009년 10월 24일 (토) 00:00:00 이정희(CBS보도국 부장) webmaster@kehcnews.co.kr

한반도에서 세계를 바라보노라면 두 가지 극단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이 더욱 탄탄한 나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을 해서 먹고 사는 나라가 무역수지만 300억 달러 흑자를 내고 있으니 이제 경제적인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세계도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내년 G20 정상회의를 우리나라에서 갖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쩔쩔매던 때가 불과 50년 전인데, 지금은 세계 일류국가와 당당히 경쟁하는 나라가 됐다. 기적 같은 일이 이 시대에 벌어진 것이다. 나라 안에서는 정파간, 지역간, 계층간의 반목과 갈등이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이 범죄가 적고(범죄 검거율 세계 2위) 공공서비스가 세계 최고인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른 하나는 안보 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다. 핵을 제외하면 우리나라도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지만, 핵을 포함하면 15위로 밀려난다. 그래도 15위가 어디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과 한반도 안에서 대치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눈부신 발전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어이없는 요구를 하거나 생떼에 가까운 주장을 펴는 것도 알고 보면 핵을 갖고 있으니 까불지 말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웃나라 중국은 미국마저 넘어설 기세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군사대국이 될 역량이 있다. 한반도를 에워싸고 있는 국가들이 하나 같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보니, 우리 문제를 우리끼리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너무도 많다. 북핵 문제만 해도 남북간에는 협상의 의제조차 삼을 수 없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이 참여하는 6자 회담을 통해 겨우 핵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외교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경제, 문화, 사회적인 성취는 모래 위에 성을 짓는 형국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외정책은 여러 면에서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북한 문제의 ‘그랜드 바겐’(일괄타결) 구상을 밝혔지만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고 말해 대미외교 라인의 문제를 노출시켰다. 며칠 전에는 백악관이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했다고 밝혔다가 우리 정부의 항의를 받고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과거에는 북한이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고 일방적인 주장과 요구만 되풀이했지만 요즘은 북한이 먼저 남측과 대화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오히려 발을 빼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핵을 가진 나라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북한이 예고 없이 미사일을 발사해도 그때그때마다 대응태도가 다르다.

군사 외교적인 정책은 그것이 현실에서 실천되기 전까지는 비밀에 부쳐야 할 것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요즘 자주 드러나고 있는 정부의 앞뒤가 잘 맞지 않는 외교적 행태가 혹시 핵 또는 통일 문제와 관련된 획기적인 진전을 도모하는 과정에 예기치 않게 터져 나오는 해프닝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야 당연히 정부를 신뢰하면서 상황을 지켜봐야한다. 그러나 그런 것이 없는데도 지금처럼 외교적으로 헤매는 모습을 자꾸 보인다면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매우 위험해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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