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학회, 세상과 소통하려면 신학 언어 달라져야

한국기독교학회 제38차 학술대회가 지난 16, 17일 대전 침신대학에서 열렸다. 감신대 왕대일 교수(사진 가운데)가 주제강연하고 있다.
“다문화의 시대 속에서 교회가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지난 16, 17일 대전 침례신학대학교에서 열린 제38차 한국기독교학회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신학적, 목회적 방법론을 찾는 학술대회였다. 12개 학회의 신학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신학에서 벗어나서 세상에 가까이 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제 강연: 세상을 읽지 못하는 기독교, 세상에 읽히지 않는 성서

‘21세기 문화와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회에서 노영상 교수(장신대 기독교윤리학)는 “오늘날 교회와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채 현학적·사변적 작업에 머무르고 있다”고 오늘의 신학을 비판했다. 노 교수는 주제강연에서 오늘의 기독교 위기를 인문적 위기와 빗대어 “신학함에 있어서 실천성 및 문화적인 성찰을 강조하는 문화적 실천신학이 필요하다”면서 인문학적 방법을 신학적으로 수용해서 신학의 실천성과 문화성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이론신학이라 해도 실천성을 지향하고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신학을 다시 조율하는 등 현실과 괴리가 있는 신학적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신학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성서로 본 문화, 성경의 눈으로 읽는 문화’라는 주제로 발제한 왕대일 교수(감신대 구약학)는 “성서는 문화의 옷을 입은 텍스트(inculturated texts)이기 때문에 성서본문의 의미가 다의적이고, 삶의 자리로 삼는 정황이 문화의 구현(embodiment)일 수도 있다”면서 “신학이 세상과 소통 가능한 언어가 되려면 신학의 문법이 달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성서의 텍스트가 단순히 진리를 전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신앙공동체에서 소통될 수 있는 해석학, 즉 세상을 향해 열려진 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왕 교수는 또한 “창조신앙이 고발하는 혼돈이란 소통이 없는 상태인 반면, 창조된 시간과 공간의 질서는 소통하는 상태”라고 밝히고 “구약성서에서 문학적 소통은 단순히 특정 주장을 일방적으로 나르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처지에서 대담하게 심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신학자들, ‘세상 밖으로 나오는 교회’ 주문

이번에 신약학회 논문발제로 나선 세계신약학회장 안드레이스 린데만 박사도 교회가 사회 가까이에 있어야 하고, 바깥으로부터 인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울의 편지와 디오그네투스의 편지를 통해 기독교 사회가 없었던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어떻게 다문화속에서 살아갔는지에 대해 발제한 린데만 박사는 “교회의 설교는 다른 사람에게 이해되어야 한다”면서 결국 교회가 거룩한 공동체로 구별되면서도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 있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회의 손에 달렸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창환 교수(영국 요크st.존대)는 공공의 신학을 소통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강에서 “다문화 사회 속에서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한 신학이 교회영역에서 머물러 있기 보다는 다문화에 기여하도록 공공신학을 통해 공적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 시대에서는 교회의 양적성장보다 사회적 영향력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에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지역과 계층, 문화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신학, 그리스도인의 삶의 상황화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기독교학회 회원들이 진지하게 주제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예배도 동시대 언어로 대중 곁으로

실천신학회에서는 예배가 동시대 문화와 소통하기 위해서 예배 내용을 동시대의 언어로 의역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김순환 교수(서울신대 예배학)는 “예배는 하나님의 창조와 구속의 행위를 현재화하고 실제화 하는 ‘기념’이면서 동시에 하나님과의 소통의 행위”라면서 “예배의 소통의 방식과 질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해 가도록 재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배의 언어나 의식의 문구가 바뀔 경우 회중에게 신비감이 덜해 질 것을 우려해 교회당국 홀로 독점적으로 간직해오던 것을 이제는 회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역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교회 안에서 젊은이와 노년층 모두를 배려해 세대별 특색을 살려 번갈아 다른 스타일의 예배를 드리거나 인간의 인지 및 정서적 특질을 고려한 예배, 즉 회중들이 쉽게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예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문화 시대의 외국인 포용하는 신학도 필요

다문화 시대에 외국인 거주자들의 인권, 선교를 위한 신학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여성이주민들의 인권상황을 면밀하게 지적한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룻기에 나타난 타민족에 대한 수용과 존중성, 나오미와 룻이 행한 연대정신, 보아스가 룻에게 한 나그네 보호 등을 제시하면서 한국교회가 다문화교육괒어 개발하는 등 다문화사회로 이행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면밀히 검토하고 중장기적인 방향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목회상담학회 논문발표에서 권수영 박사(연세대)는 ‘다문화 한국사회에서의 목회상담의 모영 연구’이란 논문에서 “한국사회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면서 이방으로 살아가는 외국인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새로운 정체성과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기독상담이 새로운 과제”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우선, 내담자의 심리와 문화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내담자의 문화심리를 보다 두껍게 중층 기술할 수 있는 임상적인 해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독교학회 새 회장, 정장복 한일장신대 총장

학술 발표 이후에 열린 정기 총회에서는 정장복 한일장신대 총장이 새 회장에 선출되었다.

소망학술상 시상에서는 박영환 교수(서울신대 선교학) 등 3명이 선정되었다. 또 기독교학회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개회예배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 김삼환 목사가 설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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