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 전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백인 학생 한 명이 밤늦게 기숙사 밖에서 떠들고 있는 흑인 여학생들 중 한 명에게 ‘물소’라고 외쳤다. 이 사건은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백인 학생은 자기가 그 말을 했을 때 어떠한 인종 차별적 의도도 품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해당 여학생과 그녀의 친구들은 그 말을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A.마갈릿·품위 있는 사회).

▨… 흑인 여학생과 그녀의 친구들은 물소라는 말에서 물소가 아프리카의 동물이고 검은 빛깔이라는 연상 때문에 인종차별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어쩌면 흑인 여학생들의 주장처럼 백인 학생도 같은 연상 속에서 물소라고 소리 질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물소는 실제로는 갈색이고 아시아가 그 본적지다. 대학의 변호사는, 물소의 실상이야 어떻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아이들은 장난삼아 돌을 던진다. 그러나 그 돌에 맞은 개구리는 치명상을 입는다. 영리한 사람들은 남의 인격에 치명타를 입히는 말이나 행동의 돌팔매질을 가하고도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발뺌한다.  미꾸라지처럼 자신이 빠져나갈 길은 확실하게 확보해놓는 사람들의 돌팔매는 그래서 더 잔인하다. 아무도 ‘빈볼’임을 눈치 채지 못하게끔 하면서 던지는 투수의 빈볼이 더 무서운 것처럼…….

▨… 와병중임에는 틀림없다. 총회장의 건강 이상은 알려질 만큼은 알려졌다. 어쩌면 담임하고 있는 교회를 사임할는지도 모른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총회장의 병이 그처럼 위중한 것인가. 아니면 그가 타석에 들어설 수조차 없을 만큼 빈볼이 아직도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는 것인가. 그의 쓰러짐은 성결인 모두의 마음을 착잡하고 어둡게 한다.

▨… 실상이야 어떻든 ‘물소’라는 외침은 흑인 여학생에게는 인종차별의 신호음이었다. 지난 총회에서 모두 마무리되었음에도 성결원이라는 이름은 잘 계산되어진 빈볼처럼 총회장의 입지를 흔들었다. 그의 교단을 사랑하는 마음까지도 모욕당하는 상황을 빚어냈다. 이런 사태는 방관하면서 우리는 그럴 의도는 없었다는 백인 학생의 말에만 귀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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