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 의자왕 16년 봄 3월에 왕이 궁인과 더불어 음황·탐락하여 술을 마시며 그칠 줄을 모르므로 좌평 성충이 극히 간하니 왕이 노하여 옥중에 가두었다. 이로 말미암아 감히 말하는 자가 없었다(삼국사기). 의자왕은 태자 시절에는 빼어나게 용맹스럽게 담력과 결단이 있었으며 효도로 어버이를 섬기고 형제와 우애가 있어 해동증자라고도 불리었었다. 그런 그가 권력의 맛에 익숙해지자 무너진 것이다.

▨… 키르케고르(Soren Kierke gaard)가 들려준 이야기 한 토막. 그에 의하면 이 세상에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배의 넓은 갑판 위에서 많은 의자들을 보기 좋게 줄지어 정리해 놓으려는 사람들과 같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 보는 각도에 따라서 의자 줄의 보기 좋음은 다를 수 있는데 자기 견해가 옳다고 열을 올리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당장의 큰 문제인 배가 가라앉고 있음은 모른 채로.

▨… 교단 안에서 파당놀음이 벌어지고 있다는 냄새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교단 일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이들을 향해 ‘정치장로’라고 짓씹는가 하면, 원로 목사를 향한 돌팔매질까지도 서슴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무리 교단 발전 방향에 대한 견해가 다르더라도, 아무리 상대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결인이라면 지켜야할 도의가 있다. 저잣거리에서도 볼 수 없는 행태가 난무하는 성결교회라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 교단이 어지러워져 가는 데는 무엇보다 교단 지도부의 책임이 크다. 교단의 행정이 칼날 같기만 해서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만, 맺고 끊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 두리뭉실이 은혜의 대명사처럼 쓰여져서도 안 된다. 의자왕이 권력의 맛에 길들여져 무너져버렸듯이 비성결인적 행태를 맛들이는 것에 길들여지면 교단은 붕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칭병하고 사표를 던진 총회장의 행동에 대해서 뒷말이 너무 구구하다. 대장 수술이라지만 사표를 쓴 이유는 다른데 있다고 한다. 제멋대로의 짐작을 이유랍시고 가정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경쟁자 없이 당선된 총회장은 성결인들의 바람과 성원의 이유를 살피고 교단 행정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 총회장이란 십자가는 주님이 지워준 것이므로. 아니면 교단이 의자왕 때의 백제나 키르케고르의 배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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