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없이 예수 잘 믿으면 장수해”...아들 부부, 정성껏 봉양

경북 문경시 김용리에 살고 있는 정순분 할머니(점촌교회·사진)는 올해 99세의 고령 성결인이다. 백발이 성성하고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집 앞 마당과 텃밭의 풀을 뽑으며 동네 노인정을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마실 다녀왔다는 정 할머니는 “늙어서 아무것도 못하는데, 뭐 하러 이 멀리까지 왔냐”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함께 동행한 구택회 목사(점촌교회)가 “우리교회 제일 큰 어른”이라고 소개하며 갑자기 큰 절을 올리는 통에 기자도 얼떨 결에 큰 절을 올렸다.
귀가 조금 어두울 뿐 병원을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조차 못하겠다는 할머니는 “아무 욕심 없이 교회 열심히 다니다 보니까 건강의 축복을 받았어. 아무거나 잘 먹고 나처럼 예수 잘 믿으면 하나님이 건강하게 해 준다고 써줘”라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1957년 경주에서 처음 신앙 생활했다. 반세기 동안 신앙을 굳건하게 지켜온 정 할머니는 1970년부터 아들 안광옥 장로(점촌교회 명예·78세)와 함께 문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학교를 다닌 적이 없어 한글도 모르는 할머니는 성경도 읽을 줄 모르고, 찬송도 볼 줄 모르지만 목사님이 시키는 일이면 언제나 ‘예’라고 순종하는 우직한 신앙을 갖고 있다. 찬송은 모조리 외워서 불렀고 한번 들은 말씀은 절대 잊지 않았다. 손자, 손녀 등 여덟 식구가 한꺼번에 교회 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온 가족의 신앙은 정 할머니가 수십년간 매일 아들 내외와 가정예배를 드리며 맺은 결실이다.
또한 정 할머니는 새벽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첫 번째 기도 제목은 역시, 자녀들을 위한 기도다. 아들 내외 건강과 이제는 장성한 손자들의 가정을 위해 날마다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다.
요즘에는 기도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 자신을 하루 빨리 하늘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비는 기도다. “너무 오래 살아서 늙은 아들과 며느리에게 너무 미안해. 이제는 제발 불러 줬으면 좋겠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도 그럴 것이 30년 넘게 정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아들 안 장로도 벌써 80세를 바라보는 고령인데다 4년 전 발생한 뺑소니 교통사고로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며느리 양복단 권사(점촌교회 명예·74세)도 13년 전 새벽기도회 가는 도중에 뇌출혈로 쓰러져 세 번씩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여태껏 연로하신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정성껏 보살펴왔다.
이런 아들네의 딱한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정 할머니는 “너무 오래 사는 것이 자식에게 미안하고 짐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렇지만 동네에서 효자효부로 소문난 안 장로 부부는 “어머니가 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사시는 것만도 감사하다”면서 “100세 넘어서까지 오래 오래 사시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부부는 교회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와 뇌출혈 등 큰 사고를 당했지만 한 번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고 매일 저녁마다 어머니와 함께 가정예배를 드리며 황혼의 신앙을 지키고 있다.
신앙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가족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정 할머니의 백수 건강을 지키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다.

황승영 기자
windvoic@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