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13:1~9)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모 기업에서 ‘올레’(olleh)라는 감탄어를 만들어 CF 시리즈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의미는 다르지만 ‘올레’라는 말은 제주에서 쓰는 말입니다. 제주어로 ‘거리에서 대문까지’ 또는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이라는 뜻입니다.
올해 들어 아름답기 그지없는 제주는 올레길을 만들어 전통적인 길을 단장하고 사람들이 걷게 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옛길을 다시 단장해 걸으며 느끼는 추억과 더불어 건강을 챙기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관광객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올레 광고 시리즈 중 일부가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올레 광고 시리즈 중 ‘금도끼와 선녀’ 편이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광고 중 호수에서 금도끼가 나오자 한 남자는 ‘와우’(wow)라는 감탄사를 외쳤고, 곧 이어 선녀 셋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타나는데 그때 그 남자는 ‘올레’(olleh)를 외치며 뛸 듯이 기뻐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고 어느 여성단체에서 이의를 주장하자 광고업체는 결국 광고 중단을 결의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을 뛰어 넘는 짧은 토막 광고로 큰 웃음과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아마도 그 방법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난주에는 제주지역 연합성회를 했습니다. 지형은 목사가 강사로 나서서 이야기식 설교로 많은 은혜를 주셨습니다. 집회 중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주례를 하다 보니 결혼식장에서 젊은 친구들이 독특한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남자의 경우 결혼식이 신부를 위해 충성 서약하는 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예식 도중 무릎을 꿇고 신부를 위해 준비한 꽃다발을 바치면서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시대의 세태풍조를 읽을 수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지 목사님은 그런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하루는 사모님을 기쁘게 하기 위해 장미꽃 한 송이를 준비해 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눌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꽃을 바쳤는지 집회에 참석한 성도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회중들은 이런 저런 말로 정답을 맞히려 했는데 지 목사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장미꽃 한 송이를 입으로 물고 기다렸다가 바쳤습니다.” 사람들은 박장대소했고, 큰 웃음이 성전 안에 가득했습니다. 계속해서 지 목사는 “지금이 어떤 시대입니까? 남편이 아내에게 잘못하면 큰 일 나는 시대 아닙니까?”라고 말씀하시며, 조금만 낮아져도 행복은 우리 곁에 찾아온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본문 시편 말씀을 읽고 마음에 묵상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 중에 ‘종’이라는 단어에 자꾸 제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종으로 살아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며, ‘여호와의 종들아!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종은 가장 낮은 자리입니다. 낮은 자리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떤 일이 잘 되고, 잘 풀려 넉넉한 상황이 되어야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편 기자는 종의 위치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종을 생각하며 바울의 심정을 더 깊이 묵상해 보았습니다. 바울은 서신서 첫 머리에 항상 “나는 그리스도의 종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수님은 어떻습니까? 하나님 나라의 권세를 내려놓으시고 종으로 오셨습니다. 종의 위치로 내려오실 때 행복해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떠한가? 무더위가 점점 식어가고 가을이 시나브로 다가온 문턱에서, 종으로서 곡식 단을 거두면서 이것을 크게 외치며 가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올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