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조국의 민주화와 인권 및 남북의 평화통일을 위해 헌신하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다. ‘인동초’라는 애칭처럼 많은 고난의 세월을 보낸 것도 가슴 아프지만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씌워진 왜곡된 이미지를 평생 안고 사시다 그 부정적 이미지를 제대로 벗지 못한 채 가신 것이 너무 한스러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1987년 4월 아니면 5월인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평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선생께서 목포를 방문하여 목포시 교계 지도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오찬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필자는 목포시 향목위원장으로 십여명의 목포시 교회협의회 임원들과 함께 초대되어 지근(至近) 거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뵙고 말씀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는 영광을 가졌다. 그때 선생께서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출마의 변(辯)을 말씀하신 후 초대받은 이들이 모두 목사들인지라 자연히 신앙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옮기게 되었는데 선생께서는 예수님을 두 번 만났다는 놀라운 간증을 하셨다.

한 번은 중앙정보부 지하실에서 간첩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허위 자술서에 ‘사인(signature)’을 강요받았던 때라고 한다. 용공조작(容共造作)인 줄을 알면서도 혹독한 고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갔는데 어떤 힘에 의해 간절한 기도를 드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신비한 분위기가 고문실에 감돌면서 “결국 네가 승리 한다”는 음성이 들려왔다고 한다. 선생은 그 주님의 음성에 큰 힘을 얻고 끝까지 서명을 거절함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일본에서 납치되어 온몸이 꽁꽁 묶인 채 깊은 바다에 던져져 죽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또 예수님을 찾게 되었는데 그때 주께서 흰 옷을 입고 나타나셨다는 것이었다. 선생은 예수님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는데 그때 갑자기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는 간증이었다.

그런데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너무 놀랐다. 선생의 얼굴이 투명하게 맑았고 홍안(紅顔)이면서 동안(童顔)이셨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나이 예순을 넘겼고 오랜 세월의 고초를 감안한다면 연세보다 더 늙어보여야 했는데 40대의 젊음과 건강이 얼굴에 넘쳐흘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가 여쭈었다. “이미 환갑을 넘기셨고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젊고 건강하시다니 정말 의외입니다. 혹시 젊음을 유지하는 어떤 비결이라도 있습니까?” 그때 선생은 이렇게 답변했다. “내 마음 속에는 늘 예수님이 계시기 때문에 언제나 마음이 평안하고 항상 기쁨과 소망이 넘칩니다. 아마도 그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을 했던 필자는 물론, 함께 참석했던 모든 목사들도 놀랐다. 왜냐하면 그런 말은 보통 신앙인이라면 할 수 없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고백임은 그분의 눈빛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너무 맑고 진실이 묻어나는 눈빛이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참된 신앙인이셨다. 불의에 대해서는 행동하는 양심이었지만 신앙에 대해서는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한 신앙인이셨다. 진실한 신앙인이 어떻게 빨갱이가 될 수 있겠는가? 이제는 그분에게 씌워진 억울한 멍에를 벗겨드려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부정적인 말들은 사라졌으면 좋겠다. 예수께서 “사람이 무슨 무익한 말을 하든지 심판 날에 이에 대하여 심문을 받으리라(마 12:36)”고 말씀하지 않으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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