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사회를 끈의 사회라고 규정한 사람이 있었다. 그에 의하면, “우리의 역사와 사회는 모두가 끈에 의해서 연결되고 지속되어 왔다.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임금과 신하 등등의 끈과 끈이 얽혀서 하나의 선을 이룬 사회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처럼 그렇게 이어져 내려오는 사회다”(이어령, 흙속에 저 바람속에) 이 끈으로 얼키고설킨 사회는 끊어지기는 하지만 부서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 끈으로 얽히는 우리사회의 속성 탓일까. 우리 교단의 내부도 여러 개의 끈이 얽혀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지연이라는 끈, 동기생이라는 끈, 같은 지방회 소속이라는 끈 등등. 이런 류의 끈 이외에도 공식적, 비공식적 사조직들이 끈의 기능을 또한 담당하고 있다. 얼키고 설켜서 비벼대다 보니 깨어지지는 않지만 끈이 닿지 않는 이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 높은 분의 끈을 잡으면 기관에 이사로 파송되거나 항존부서 위원으로 선택받을 수 있다. 선교사들은 확실한 끈을 잡아야 파송비를 모금할 수 있다. 개척교회를 창립하는 이들도 끈만 잘 잡으면 기념교회라는 메달을 따서 확실한 기반을 다질 수 있다. 든든한 끈을 잡은 이들은 말 갈아타기도 비교적 쉬울 수 있다. 가히 끈의 사회라 일컬어도 무방하리라.

▨… 끈 중에 가장 매력적이고 확실한 끈은 무엇일까. 총회장은 매년 바뀌고 신망있고 덕망있는 어른들은 끈다운 끈이 될 수 없는 풍토가 되어버린지 이미 오래다. 우리교단이라고 다를까. 이즈음의 가장 확실한 끈은 역시 돈줄이라는 게 못 먹는 감 바라보는 사람들의 결론이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망종 자본주의 탓인지 돈 앞에서는 성직의 사람들도 그냥 무너져 내리고 있다.

▨… 돈 자체는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다. 선하게 쓰면 선한 것이 되고 악하게 쓰면 악한 것이 된다. 어느 돈 많은 분이 돈줄이 되어 이분, 저분을 관리한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 소문은 아마도 유언비어일 것이다. 성결을 부르짖는 교단에서 돈줄이 끈이 된다는 것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가.
그러나 교단 안에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이름없는 이들은 혼잣속으로 중얼거린다. 내게는 왜 그런 행운도 오지 않는가 하고… 입맛이 쓰다. 소태를 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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