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욕심많은 돼지가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를 게걸스레 주워 먹고 있었다. 도토리 하나를 입에 물자마자 눈으로는 벌써 다른 도토리 하나를 찾고 있었다. “괘씸하기 짝이 없구나!” 떡갈나무가 돼지를 향하여 소리를 질렀다. “너는 내 열매를 주워 먹으면서 나에게는 고맙다는 인사조차 한마디 없구나” 돼지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대답했다. “네가 나를 위해 도토리를 떨어뜨려주는 거라면 나도 당연히 고맙다고 인사했겠지”(레싱의 우화)

▨… 부활절 아침에 난데없는 문자 메시지들이 날아들었다. “부활의 주님의 은총으로 섬기시는 교회와 가정에 큰 승리있기를 기원합니다.” “부활의 은혜와 기쁨이 xxx목사님(장로님)의 가정과 사역에 가득하게 되시길…” “선교 2세기를 맞이하는 성결교회와 목사님(장로님)께 부활의 영광이 깃드시기를 기원합니다” 부활절 카드도 날아왔다. 교인들의 이름으로 자기네 담임 목사의 노고를 알리는 형태도 있었다.

▨… 언제부터 우리 교단에 이렇게 인사성 밝은 사람들이 많아졌는가. 교단의 내일이 밝아지려나 보다. 부지불식간에라도 도토리 한 알 떨어뜨려준 적 없는데 간절한 축원의 인사를 받으니 저절로 송구해지더라는 것이 문자 메시지나 카드를 받은 이들의 한결같은 소감이었다. 그런데 그 소감을 피력하는 이들이 한결같이 총회 대의원이라는 사실은 우연일까? 아니면, 사시안으로 바라본 탓일까?

▨… 성탄이나 부활절에 카드를 보내 축하하는 것은 기독교인이라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런 만남도 알음도 없던 사람에게서 일방통행적인 축원의 인사를 받는 것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서 날아든 결혼청첩장 만큼이나 황당하게 만든다. 더욱이 그것이 컴퓨터를 통해 한꺼번에 싸잡아 보내는 메시지거나 친필이라고는 한 자도 쓰여지지 않은 인쇄물일 때는….

▨… 총회가 6월 하순이니 벌써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은 아닐테고… 부정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입후보 자격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엄포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부정선거운동이라는 것이 금전 살포 행위만 문제삼는 것이라면 우리 교단은 선거법 적용에 있어서만은 무척이나 아량이 넓은 교단인가 보다. 그것이 은혜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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