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 옹호'로 기재
근대화 역할 축소, 곳곳에서 기독교 왜곡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한국 기독교의 역할을 축소하고 폄하하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서울신대 성결교회역사연구소(소장 박명수 교수)는 지난 3월 20일 우석기념관 강당에서 ‘한국기독교와 역사교과서’라는 주제로 제12회 영익기념강좌를 갖고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역사 서술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했다.

최근 뉴라이트 교과서포럼에서 펴낸 대안역사교과서가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 논란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영익기념강좌에서 잘못 알려진 기독교역사를 바로 잡고, 한국근대사에 끼친 기독교의 역할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기독교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과서 기독교 역사 폄하

현재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한국 근현대사를 선택과목으로 배우고 있는데, 이번에 문제가 된 교과서는 6개 검인정 교과서 중 절반 이상 사용되고 있는 금성출판사 교과서 내용이다.

금성출판사의 ‘한국 근현대사’에는 “서양종교의 이념은 전통적인 가치관과 충돌하여 민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고, 지나치게 복음주의를 강조하여 제국주의 열강과 일제의 침략을 옹호하기도 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

박명수 교수는 이에 대해 “초기 기독교는 대중에게 접근하기 위해 한글성경과 찬송가를 만들고 평등사상을 전했기 때문에 민중과 부딪친 적이 거의 없었으며, 3.1운동과 독립운동 등에 앞장섰기에 제국주의와 일제를 옹호했다는 것은 너무나 편파적이고 왜곡된 서술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고교에서 사용되는 역사교과서에는 불교와 유교에 전래된 내용은 있지만 기독교 전래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6종 교과서가 350~400쪽에 달하지만 기독교에 관한 서술은 2쪽 분량도 안 된다. 그나마 축소되고 폄하된 부분이 많다.

박 교수에 따르면 학교와 병원, 신문 등 교육과 의료 등에도 매우 막대한 영향을 미쳤음에도 이 교과서는 기독교의 역할을 축소해서 서술하고 있으며, 3.1운동 등 독립운동에 대한 기독교 역할도 축소돼 있고 105인 사건이나 물산장려운동, 농촌계몽운동, 신사참배 거부운동에서 기독교의 역할도 거의 서술하고 있지 않다. 반면 사회주의와 천도교가 했던 일은 밝히고 있으며, 친일화 되었던 일제시대 불교와 유교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유교와 불교에 비해 기독교에 대해 인색한 평가와 소극적인 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의 기독교에 대한 비뚤어진 역사 서술은 기독교 역사학자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일반 역사학계에서도 일부 교과서에 나타난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주영 교수(건국대 명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역사인식’이란 책에서 미국선교사와 개신교 세력의 역할을 경시하고 있다고 현행 역사교과서를 비판했다. 그는 금성교과서의 예를 들면서 “제중원을 언급하면서도 알렌의 이름은 빼고, 배제학당을 언급하면서도 아펜젤러와 스크랜튼의 이름을 빼고 있으며, 숭실학교를 세운 모펫, 교육과 독립을 도운 헐버트 등이 빠져 있다”면서 선교사가 세운 학교나 사회적 기여를 서술하지 않거나 소홀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회적 기여도가 거의 없는 원산학사에 대해서는 한국인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교과서마다 상세하게 언급되고 있는 사실이 기독교에 대한 편파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이 교수는 주장했다.

기독교 서술 다시 이뤄져야

일선 고교에서 국사를 가르쳤던 이은선 교수(안양대)도 “학교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칠 때 기독교에 대한 내용이 왜곡되고 폄하된 내용이 많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그대로 가르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역사교과서 속 잘못된 기독교 서술은 대부분 폐쇄적인 민족주의 사관에 빠져 있어 균형 있는 서술이 부족하고 기독교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 많다. 박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사학자들과 한국 개신교 교회사가 들의 대화가 있어야 하며, 현재 역사교과서에 대한 보충자료를 만들어 잘못된 부분을 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선 교과서에 나타난 기독교에 관한 서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구체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적은 거의 없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독교계에서부터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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