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전교회 권사회 200여명, 매일 자원봉사 펼쳐
동구다기능노인복지관서 설거지로 섬김펼쳐

동대전교회 할머니봉사대가 즐겁게 설거지 봉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늙었다구요? 아니에요. 이렇게 팔팔한데.
매일 기쁘고 즐겁게 일하니까 하루하루 더 젊어지는 것 같아요. 호호호”

할머니봉사대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넉넉한 사랑을 전하고 있는 권사들, 바로 평균 65세 이상의 ‘할머니’들로 구성된 동대전교회(허상봉 목사) 제1~4 권사회가 은빛 봉사를 펼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할머니봉사대는 동대전교회에서 위탁운영하는 대전 동구다기능노인복지관(관장 박을용)에서 넘는 설거지 봉사를 도맡아 하고 있다. 주부경력 30년 이상인 할머니들이 모이니 매일같이 쏟아지는 300인분 넘는 설거지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폭염과 장마에 가만히 있어도 지치는 날씨에도 기자가 만난 할머니봉사대는 백발이 성성한 모습들이지만 활기찬 음성과 밝은 웃음이 젊은이 못지 않았다.

200여명 노 권사들 봉사펼쳐

할머니 봉사대는 매일 아침 10시에 복지관에 모여 식재료를 다듬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설거지 봉사는 11시 30분부터 시작해 2시 30분에 정확히 마무리를 짓는다. 300인분 이상의 설거지를 하는 큰 규모의 일이라 계획적으로 진행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는 것을 지난 1년간 경험하여 만든 규칙이다.

체계적인 봉사계획까지 마련한 동대전교회 할머니봉사대에는 연간 200여명의 권사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봉사해야 하는게 만만치 않지만 6~7명씩 조를 짜서 지혜롭게 운영하고 있다.

4개 권사회가 한주씩 나눠 봉사를 책임지고 있으니 한 사람이 평균 한달에 하루 이틀 봉사하는 셈이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었다.
봉사자 홍순영 권사(67세)는 “어렵지 않아요. 이것도 못할까봐요? 권사님들하고 수다떨며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겠고, 남을 돕는다는 게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안해 본 사람들은 몰라요. 남들은 하기 싫어하는 허드렛일이지만 저한테는 귀한 일이랍니다.”

희망의 ‘할머니 봉사대’
할머니봉사대의 활약으로 동구다기능노인복지관은 언제나 북적북적 활기가 넘친다. 항상 웃는 낯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작년만 해도 질서 지키는 것도 어렵고 불평만 하던 노인들도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할머니 봉사대가 1년 넘게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는 지역노인 20여명이 자원해서 배식 봉사팀을 꾸렸을 정도로 할머니봉사대의 영향이 크다. 묵묵히 섬기는 할머니봉사대의 의미있는 결실이다.
 
지금은 베테랑 봉사자가 됐지만 할머니봉사대도 봉사 초기에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 지치기도 했었다. 지난해 3월 교회에서 동구다기능복지관 위탁운영을 맡게 되면서 처음 권사들의 봉사가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3, 4여전도회 중심으로 매일 봉사를 펼쳤다고 한다.

지금보다는 젊은 봉사자가 많았지만 할 일이 너무 많아 힘에 부칠 수밖에 없던 때였다. 매일같이 출근해 식재료 손질과 설거지 뿐만 아니라 밥 짓는 것도 돕고, 배식도 하고, 김치담그기도 모두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1기 봉사자들은 교회일도 하고, 복지관 일까지 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몸이 힘든데다 복지관을 찾는 노인들이 돈받고 일하는 고용인인줄 알고 함부로 대하는 경우도 있어 남몰래 눈물짓기도 하고, 분통이 터져 화를 식혀야 하는 때도 있었다. 어려움이 폭풍처럼 밀려들던 시기였다.

당시 여전도회연합회장이었던 황희자 권사는 “처음에는 봉사자를 모으는 것도, 일이 많아 매일 녹초가 되게 일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우리도 언젠가 더 늙을 때가 온다고 생각하며 일했고, 권사님들도 한번씩만 해보면 자진해서 봉사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주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여전도회 주관으로 하던 일은 올해 초부터 권사회로 이관되어 본격적인 할머니봉사대가 꾸려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어려움을 딛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는 덕에 할머니봉사대가 사역하는 동구다기능노인복지관은 대전시내 노인복지관 중에서 가장 밥맛 좋기로 벌써 소문이 자자하다.

2주일 전에 정미한 쌀만 사용할 정도로 신선한 식재료에 할머니봉사대의 환한 미소가 어우러져 맛을 내고 있는 것이다. 멀리 시청에서도 지하철을 타고 복지관에 점심을 먹으러 오는 노인들도 있을 정도다.

제1권사회장 최정숙 권사는 “우리도 나이가 많지만 실제로는 많다고 생각 안해요. 아직도 섬기고 베풀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이렇게 봉사도 하면서 기쁘게 살다보니 아직도 젊은이같이 느껴진다니까요.”라며 밝게 웃었다. 

동대문교회 허상봉 목사는 “할머니 권사님들이 자신들의 건강한 몸을 통해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게 그리스도의 정신과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나눔과 섬김의 목회방향을 잘 따라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찬송을 부르며 설거지하는 할머니들의 봉사는 아름다운 섬김의 의미를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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