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兩水里)에 수련, 부레옥잠 등 백여 종의 수생식물 사이를 거닐며 차분히 사색하고 깊은 마음의 대화를 할 수 있는 식물원이 있다. “물을 보며 마음을 깨끗이 씻고(觀水洗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花美心)”라는 장자의 글귀에서 따온 이름의 세미원(洗美苑)은, 산책로에 돌로 만든 빨래판을 깔아놓아 걷는 이에게 “마음을 깨끗하게 하라”라는 무언의 권고를 한다.

▨… 교단 안팎에서 이견과 문제가 있는 곳마다 비난과 정죄가 난무한다. 자기 잘못에 대한 성찰이나 솔직한 고백을 하는 이는 찾아 볼 수가 없다. 남의 눈의 티는 들보로 보이고, 제 눈의 들보는 티만치도 여겨지지 않는가보다.

▨… 크리스천 시인 구상(具常) 선생은 관수재(觀水齋)라 이름한 서재에 ‘관수세심(觀水洗心)'이라는 편액을 걸어놓고는, 그 글귀대로 여의도를 두른 제방에 나아가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어내곤 했다. 수(水)와 심(心)이 서로 통하듯 관수(觀水)와 세심(洗心)은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일이기에 “마치 매일 예배를 보듯 나는 오늘도 강에 나와 있다(겨울 강 산조(散調)”라고 했던 것이다.

▨… “나 때문에 교회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우리 교회 때문에 교단 전체에 누를 끼쳐 미안합니다.” “부정적인 말과 비판적인 태도로 문제를 제기한 것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일 하는 분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죄송합니다.” 이런 말은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 “정말 잘하셨습니다.” “멋있습니다.” 이런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이는 정녕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 세미원에는 송나라 학자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頭)가 연(蓮)의 자태를 묘사한 수필 애련설(愛蓮說)이 걸려 있다. “내면은 두루 꿰뚫어 있으면서 겉모습은 곧고 바르게(中通外直), 이해관계로 얽히거나 지연으로 가지를 치지 않는(不蔓不枝), 가까이 있을 때 보다 멀리 있을수록 더 맑은 여운으로 남는 향기(香遠益淸)”라는 군자의 도리를 한 폭의 수묵화처럼 읊었기에 감동을 준다. 교단총회의 대의원들에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방보다, 빨래판을 하나씩 나눠드리자고 말한다면 뭐라고들 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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