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리모델링> 제대로된 설교자가 되어야

지난번 만났을 때 형이 내뱉던 한숨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소. 교회의 갈등을 참지 못해 사직서를 제출해야겠다던 그 마지막 말은 정말 듣지 않았어야 했소.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형의 그 답답해하던 표정이 수수께끼처럼 내 가슴을 짓눌렀다오. 윤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금전적으로 성적(性的)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그리 목회가 힘든지 모르겠다던 그 한숨, 마치 적과의 동침처럼 성도들을 대하는 것이 왠지 불편하고 눈치가 보인다던 그 우울함…. 처음에는 형의 말을 듣고 나도 무척 의아했었다오. 내가 아는 형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사람이잖소? 그 타고난 근면함과 부지런함, 사람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자상함, 그래서 목사가 천직이라고 모두가 인정하는 형 아니오? 그런 형이 사직서를 내던지려하다니요?

청천병력같은 그 소식이 하도 답답해 내가 이리저리 귀동냥을 해봤소. 그리고… 이제 나 나름의 해답을 얻어서 이리 편지를 쓴다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형, 형이 문제입디다! 나에게 귀동냥 해준 사람들 이야기가 K형은 설교 빼고는 다 잘 한다고 합디다. 그런데 설교만큼은 더 이상 못 듣겠다고 하네요. 옛날 학고방 시절에는 그럭저럭 참아줬는데 교회를 큼지막하게 건축했으면 거기에 걸맞게 설교도 제대로 된 설교가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그 나물에 그밥이라고 하네요. 솔직히 말하면 형과 내가 알고 지낸 그 허구한 날 가운데 설교문제로 형이 고민하는 것 한번도 내 기억에 없거든요? 형이 설교하는 거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나는 졸음 참느라 아주 고생했습니다. 무엇보다 설교를 치열하게 준비했다는 흔적을 찾을 수 없더군요.

세례 받은 성도만 되어도 다 알 수 있는 이야기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는 설교, 연구한 흔적이 전혀 없는 설교, 감동도 없고 내용도 없고 지루하기만 한 설교, 무슨 말인지 논리도 안서는 설교, 전혀 훈련받지 못한 설교…. 기왕 말이 나왔으니 좀 솔직해 지자구요. 형, 설교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까? 난 의아했던게 토요일에 형처럼 시간 많은 사람은 처음 보았어요. 서재에 갔을 때 설교자의 책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빈약한 장서도 저를 놀라게 했지요. 제가 뒤늦게 설교훈련을 받고 형과 나누고 싶어 찾아가도 콧방귀도 뀌지 않았던 거 기억합니까?

그래요, 형은 설교만 빼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바로 그 설교가 문제에요. 형이 말씀의 사역자로 부름을 받았으면 목숨을 걸고 그 일을 해야 맞잖아요? 사표 낼 용기있으면 마음 독하게 먹고 다시 시작하세요. 제대로 된 설교자로 설교의 영광이 무엇인지 맛봐야 하잖아요? 형 때문에 하나님이 무능한 분이 되실 수는 없잖아요? 형만 바뀌면 됩니다.
아직 안 늦었어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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