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생명보험회사 지점장이 되어

영업사원이 된 그 때부터 임창호는 실적을 쌓기 위해 동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했다. 당시 보험의 주 고객은 대개 일본 사람들이어서 그는 일본인 동료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었기에 남보다 더 노력했고, 또 하나님의 도우심을 위해 기도를 열심히 했다.

그가 어느 날 동료 일본인 사원과 크게 다투었다. 일본인사원이 계약을 성사 못 시켜 고객이 가려고 하자 그가 고객을 만나 정성을 다해 보험의 유익에 대해 말을 했다. 인물도 좋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자 일본인 고객이 계약서를 썼다. 이 때 갑자기 아까 그 일본인 동료가 나타나 조선인 주제에 일본인을 넘보지 말라며 계약서를 빼앗았다. 그 말에 다시 자존심이 상했다. 그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가 때리려다 그만 민족감정에 설움이 북 받쳐 밖으로 나가 일본인교회로 향했다.

그가 힘으로는 일본인 동료를 이길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때리면 지점장과의 약속대로 보험회사를 떠나야만 했기 때문에 참았던 것이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때 그에게 세미한 음성이 들려왔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단을 거두리로다”(시 126편)의 말씀이었다. 그는 그 말씀에 힘을 얻고 일어났다.

“주님. 오늘 내 눈물을 보시고, 많은 결실을 얻게 하옵소서. 아멘.”

그는 회사에 가서 지점장을 만나, 보험계약에 민족차별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지점장은 그가 싸우지 않고 참은 것을 칭찬한 후 앞으로 일본인 조선인 가리지 말고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튿날 조회시간에 지점장이 “우리는 같은 일본민족이다. 보험계약은 민족적 차별 없이 한다. 이를 어기는 자는 퇴직을 권고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누구에게나 보험계약을 성사 시킬 수 있었다.

그는 조선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계약을 잘 성사시켰다. 그러나 일본인 사원들은 같은 일본인은 몰라도 조선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조선인들이 나라를 빼앗긴 울분 때문에 일본인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임창호가 매우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그의 입지를 바꿔 놓으신 것을 깨닫고 그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는 실적이 좋아 20살에 영업사원에서 내근사원이 되는 한 단계를 승진했다. 보험업은 실적이 말해준다. 영업사원은 일정한 월급 없이 영업실적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지만 내근사원은 정식사원으로 월급이 정해져 있고, 또 계약을 성사시키는 대로 봉급이 보태져 많았다. 그래서 영업사원들의 꿈은 정식 내근사원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회사의 모범사원으로 선정되어 일본의 동경 본사로 가서 상을 받고, 본사를 견학하고 간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친분을 쌓았다. 본사의 간부 중 유독 젊은 분이 자기 방으로 데려가 그에게 물었다. “조선인으로 일본인들이 싫지 않습니까?”, “예. 싫지 않습니다. 조선인이나 일본인이나 세상의 모든 민족이 다 하나님의 백성들이니까요.” 그 말에 간부가 놀랐다. “아, 크리스천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간부가 일어나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나도 크리스천입니다. 참, 반갑습니다.” 그들은 신앙으로 마음이 서로 통했다. 그 간부는 35살의 젊은 나이에 본사 간부가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했다. 그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는 마침내 1937년 32살에 전주지점장으로 승진했다. 1939년에는 평양지점장으로 전임되었다가 마침내 1941년에 경성(서울)지점장이 되었다. 일본생명보험회사에서 조선인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하나님이 일본 본사의 간부를 통해 역사한 것이 승진배경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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