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교회 주최 외국인 아버지학교 … 성서적 아버지 강조하며 가족 품어
앤드류 씨 “아버지 참 모습 깨달아” … 스태프로 또 다른 외국인 섬겨

“가족의 소중함, 감사를 먼 이국땅에서 배우게 됐습니다. 내년에 돌아가서 이 사랑을 그대로 아내와 아이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지난 6월 7일부터 28일까지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국외국인선교회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아버지학교가 진행됐다. 광운교회(전상호 목사) 주최로 열린 이 프로그램은 국내 유일의 외국인 대상 아버지학교다. 특히 올해는 광운교회 소속 아버지학교 수료자뿐만 아니라 작년에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7명의 외국인 근로자들도 스태프로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앤드류 플로리다 씨는 지난해 “제가 느꼈던 감동, 변화를 제 동료들과도 나누고 싶어서 이번에는 스태프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외로운 타향살이

아버지학교의 상징인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테이블 리더로 활약하는 앤드류 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5살된 딸을 필리핀에 남겨둔 채 벌써 4년째 타향살이 중이다. 혼자만의 이국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한국어를 못하는 앤드류 씨에게는 의사소통의 문제, 음식과 문화차이를 극복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향수병이었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이기고자 매일 밤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클럽에 놀러갔죠. 놀다보면 잠시나마 고향과 가족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었어요.”

▲광운교회 아버지학교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 부부

잠깐의 외국여행에도 어느새 ‘집에 가고 싶다’를 외치기 마련인데, 5년 이상 떨어져서 지내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그리움은 말로 표현 못할 고통이다. 전상호 목사는 “이곳에서 지내는 외국인 근로자들 중 일부가 가족들과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아버지가 갖춰야할 모습을 잃어 버리기도 한다”면서 “외국인 아버지학교는 이들에게 성서적 아버지, 성결성을 갖춘 아버지의 모습을 회복시키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아버지로 재탄생

아버지학교를 알리는 목사님의 공지를 듣고 무작정 참가하고 싶었다는 앤드류 씨. 그는 아버지학교를 통해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때때로 스스로를 돈 버는 기계처럼 여겼고 가족은 돈을 요구하는 귀찮은 대상일 뿐이었다. 그러나 아버지학교 교육은 이러한 생각을 하나하나 다 부셔버렸다. 그는 “열심히 돈 벌고 나쁜 짓 안 하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정답이 아님을 알게 됐다”며 “아버지학교를 통해 아내를 사랑하는 방법, 자녀와 교감하는 방법, 아버지의 책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영향력, 사명, 영성, 아버지와 가정 등의 주제를 학습하고, 아내와 자녀가 사랑스런 이유를 적어가면서 그는 점점 아버지의 책임감과 자녀와 아내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깨우치게 된 것이다.

또 그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필리핀에 있을 때, 앤드류 씨는 ‘권위적인 아버지’였다. 그러나 아버지학교를 들으며 그는 아내와 자녀에게 더 귀를 기울이게 됐다. 이러한 그의 변화는 그의 가정, 특히 아내 산드라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아내는 그가 쓴 러브레터를 받고는 “너무 행복하다. 당신이 나를 이렇게 사랑했는지 미처 몰랐다”며 “당신의 변화된 모습 덕분에 우리 가정이 예전보다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답장했다.

▲광운교회 아버지학교 스태프들

아버지학교는 가정뿐만 아니라 그의 한국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다. 그는 “예전에는 회사 사장님이 잘못을 지적하면 들고 있던 물건을 내던지며 감정을 표출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책임감과 열린 귀로 사장님과 동료들과 잘 지내게 됐다”고 웃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버지학교를 통해서 그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은 향수병도 치유할 좋은 인간관계였다.

한국외국인선교회 사람들, 광운교회 사람들, 아버지학교 동기들은 그에게 타향살이의 힘든 점을 극복할 수 있는 편안한 쉼터가 되어줬다.

변화와 행복 나눠

앤드류 씨는 자신의 가정에 생긴 변화들, 아버지의 변화로 얻게 된 행복을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나누고 싶어 이번에 스태프로 아버지학교에 동참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이뤘기에 광운교회의 아버지학교 사역은 주목받고 있다. 광운교회가 처음 이 사역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학교 본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경험도 짧고 교회도 크지 않은데 성공하긴 힘들다”라고 우려했었다. 그러나 벌써 성공적으로 22명의 2기 수료자를 배출했다.

관계자들은 다음 아버지학교에는 통역을 도와줄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언어의 장벽을 이겨 넘어 아버지의 모습을 회복하길 바라고 있다.

이국 땅에서 배운 아버지의 참 모습, 가정의 소중함은 이들이 이 땅에서 얻을 가장 큰 재산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성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