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64). 그는 브라질 대통령입니다. 3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재선에도 성공했습니다. 룰라는 퇴임 1년을 앞둔 지금, 브라질 국민의 자존심이 됐습니다. 외국에서도 그를 세계의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습니다. 최근 브라질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지지율이 81%를 넘었습니다. 브라질 역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입니다. 얼마 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룰라를 ‘지구상에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브라질은 좌우대립이 첨예한 나라입니다. 빈부격차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위 40%의 계층은 절대 빈곤과 무지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층민이 소유한 국부는 7%에 불과합니다. 상위 10%가 차지한 부는 빈곤층의 30배에 이릅니다. 토지를 갖지 못한 농민들은 게릴라전까지 벌이다 1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농민 봉기와 군사 쿠데타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나라의 대통령이 된 룰라는 집권 초기부터 통합의 정치를 펼쳤습니다. 구호나 겉치레가 아니라 인사와 경제 정책에 이를 철저히 반영했습니다. 자신과 함께 투쟁한 노동자 출신을 9명이나 장관에 앉히는 동시에 자본가 출신의 야당 의원을 핵심 포스트인 중앙은행 총재로 발탁했습니다. 최소한의 생계조차 잇지 못하는 빈민층에게는 빈곤수당을 현금으로 나눠주는 한편, 경제 부흥을 위해 친 기업 정책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IMF가 요구한 고금리 정책과 연금개혁을 성실히 수행했습니다. 그 과정에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하고 부자와 우파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룰라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끈덕지게 설득했습니다. 지나친 성장위주의 정책을 쓴다는 좌파를 향해서는 “과거의 나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동계 지도자였지만 지금은 1억 8000만에 이르는 브라질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빈곤층을 돈으로 매수한다고 비판하던 자본가와 야당에 대해서는 “배고픈 국민을 두고서는 아무 일도 하지 못 한다”고 맞섰습니다. 그는 끝내 브라질을 하나로 묶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가는 한자리 수로 낮아지고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 룰라를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합니다. 룰라와 비슷한 배경과 비슷한 정치상황에서 당선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후유증으로 나라 전체가 신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이 시도한 사회 통합과 경제 사회적 개혁 의지는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아쉬운 것은 좌파 대통령으로서 우파를 실제적으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도 룰라에게 배워야 할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막강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인사권 남용하거나 정치 보복으로 비치는 수사를 하고, 부자와 기업만 위한다는 오해를 산다면 반대편에서 느끼는 상실과 절망은 어떻게 수습하겠습니까?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을 대립적인 가치로 보고 나라를 다스린다면 이 땅에서 반목과 대립의 악순환은 끊을 수 없습니다. 브라질의 룰라처럼 이 땅의 좌파들은 조선일보와 이문열을 따뜻하게 대할 수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반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백낙청 교수, 박원순 변호사 같은 인물을 총리로 임명해 내치를 담당하게 하고,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에만 전념하는 통합의 정치를 희망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인지 우울한 질문은 해도 해도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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