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장이었다. 5월 하순이라는 계절은 고양이만 하품하고 졸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많은 대의원들은 이미 귀향길을 서둘렀고 뒷 좌석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는 아예 드러누워버린 이도 있었다. 서무부장은 연신 “허락함이 가한 줄 아오며”나 “기각함이 가하며”를 되뇌이고 있었다. 어디선가 한 두 사람이 “허락이오”를 외치면 문제가 무엇이든 통과되었다.

▨… 16개 지방회인가가 상정을 결의했다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가입안, 문준경전도사기념관 건축 모금안에 밀려 부결되었던 서울신대 개교100주년기념사업 모금안 등등이 일사천리로 허락이오를 통해 기각되거나 가결되었다. 만약 교회협 가입에 대한 서무부의 제안이 기각이 아니라 “가입이 가하오며”였더라도 “허락이오”로 끝났으리라고 어느 대의원이 말했다.

▨… 900여명의 대의원들이 적지 않은 경비를 들여 2박 3일 동안의 대회 끝에 내놓은 결과물은 무엇인가. 신구 임원교체라는 연례적인 행사 외에 전체 성결인을 향해서 이것이 총회의 결산입니다라고 내놓을 만한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이 있는가. 예의 기념 사업을 위한 모금 결의 이외에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상당수 대의원들의 소감이다.

▨… 아니, 기억에 남는 것이 있기는 있었다. 성결원의 비리 운운한 보도는 거짓된 보도라는 책임자의 격앙된 목소리와 사회석을 점령한 채 마이크를 빼앗은 서부영화 식의 그것도 마카로니 웨스턴식의 활극이다. 너무 무덤덤해서 나른하고 졸리기만 하던 - 어떤 이들은 그것이 은혜로운 증거(?)라고 했지만-회의장의 분위기를 아연 활기와 긴장감으로 가득차게끔 몰아넣었었다.

▨… 맹자였던가, 사람이 스스로를 모욕한 후에야 남이 모욕하는 법이라고 우매한 사람들을 깨우쳐 주었던 스승은… 거짓된 보도와 자신을 억제하지 못한 이가 모욕한 것을 묵인한 행위도 스스로를 모욕하는 것 아닐까. 대의원들 자신이 이미 성총회를 조롱받게끔 모욕함으로 목불인견의 사태는 빚어진 것이다. 내 탓이오가 없는 한 성총회로의 길은 열리지 않음을 알기에 마음은 더 어두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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