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지으며 관계형성 … 냉랭한 성도들 마음 바꿔
유기농법·도농직거래 장터로 지역 경제 도와

충주전원교회 한석봉 목사는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질문을 받았다. 순간 놀랐을 뿐만 아니라 섭섭한 마음이 생겨났다. ‘왜 진심을 모를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곧 농촌교회 목회자들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신뢰감을 주지 못했는지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한 목사는 농촌교회에서 뼈를 묻겠다는 마음으로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성도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지역 경제발전에 앞장서며 한 명의 지역주민으로 마을의 발전을 이끌었다.
목사님은 농사 중
전원교회를 이끌고 있는 한석봉 목사는 동네 소문난 농사꾼이다. 목사가 농사를 짓는다니 쉽게 상상되진 않지만 이곳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는 여전도회전국연합회에서 기증한 트렉터를 한번 몰고 나가면 해가 지는지 뜨는지도 모를 정도로 농사일에 매달린다.
한석봉 목사가 농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5년. 한 목사는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면서 “시장에 팔거나 남은 것은 식구들이 먹을 수 있는 장점때문에 농사를 택했다"고 말했다. 당시 한 목사는 교회 재정 여건상 사례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목사라는 권위의식을 내세우며 가족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일. 한 목사는 서울신대 농어촌목회자 연구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토대로 자연농법, 발효퇴비 등 유기농법으로 배추를 키웠다.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점차 농업에 재미를 느꼈다. 또 농업이 농촌 목회가 살아날 방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목사는 “안전한 먹거리를 도시교회에 제공하고, 도시교회 성도들이 이를 구매한다면, 도시교회 성도들은 건강을, 농어촌교회는 생존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기농, 도농장터로 신뢰형성
한석봉 목사는 농사를 위해 전국을 돌며 관련 교육과 정보를 수집하며 도시교회로의 판매루트 만들기에도 나섰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신촌교회 직거래 장터도 이때 계약한 것이다. 한석봉 목사는 또 마을도 변화시켰다. 그가 쓴 사업계획서가 채택돼, 충주농촌기술센터에서 진행한 농촌건강장수마을 프로그램을 마을에 유치시킨 것이다. 이 프로젝트로 인해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약 1억 5천만원이 마을에 지원돼, 지난 2년 동안 마을회관, 산책로가 지어졌고, 올해는 송아지 20마리가 마을에 생겼다. 또 동네의 10년 발전 계획 마스터플랜도 그의 주도로 완성, 진행되고 있다.

마을 향한 애정공세, 부흥 일궈
이렇듯 한석봉 목사는 단지 교회에 머무르지 않았다. 또 마을의 일꾼으로 경제 발전에 힘을 보탰다. 마을의 농사꾼으로 지역과 성도를 살폈다. 직접 체득한 농사의 힘듦과 고통, 그리고 가치를 알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그의 농촌을 향한 열정은 성도 수 8배 성장에 달하는 교회의 부흥을 이뤘다. 정대훈 집사는 “목사님은 자신의 벽을 넘어서 동네 사람들과 같은 농사꾼이 되었기에 떠났던 성도가 돌아오고 새 성도가 등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 한석봉 목사는 “평생 우리랑 살아요"라는 말을 듣곤 한다. 10년이 지나야 통할 것 같던 한 목사의 진심이 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한 목사는 충주 시내로 유학가야만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는 자녀 교육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은 하나님께 맡겼다. 아직도 교회에 나와야할 주민이 300명이 있고,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이해하는 성도들이 있으며, 또 모든 것을 더 큰 것으로 채우는 하나님이 있기 때문이다.
“농촌교회 목회를 시작했다면 놓인 상황을 어려워하지 말고, 누군가가 해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밭에 나가, 스스로 구하세요. 그것이 농촌목회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